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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들의 전쟁' 판 커진 면세점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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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들의 전쟁' 판 커진 면세점 쟁탈전

입력
2015.10.13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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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회장(두산)과 신동빈 회장(롯데)이 나섰다. 최태원 회장(SK)과 정용진 부회장(신세계)도 타이밍을 보고 있다.

서울시내 면세점 재허가를 앞두고 그룹 총수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강력한 승부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지난 7월 치열한 혈투를 펼쳤던 서울시내 면세점 신규사업자 결정 때만 해도 그룹 총수들이 직접 나서지는 않았다. 그런데 올 가을에는 그룹 총수들이 면세점 전쟁에 직접 뛰어들고 있다. 여름의 1차 면세점 싸움이 '절도사·다이묘'들의 힘겨루기였다면 가을 싸움은 왕 또는 쇼군의 전쟁으로 급이 높아졌다.

그만큼 이번 싸움은 의미가 크고 중요하다. 롯데면세점 소공점은 12월 22일, 잠실의 월드타워점은 12월 31일 특허가 만료된다.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월드타워점의 지난해 매출 합계는 2조4,853억원이나 된다.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은 오는 11월16일 특허가 만료될 예정.

▲공격형 두산 박용만, 이익의 10% 이상 사회 환원

두산은 공격적인 경영방침으로 이번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는 복안이다. 그리고 중심에 박용만 회장이 있다.

12일 두산그룹에 따르면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중구 을지로 두산타워를 면세점 입지로 정한 두산 면세점 사업계획을 보고받았다. 이 자리에서 박 회장은 기존 면세점과 완전 차별화된 '지역 상생형 면세점'을 주문하는 등 강한 사업 추진 의지를 표명했다.

두산은 당초 이익 대비 사회환원 비율을 5% 수준으로 설정했으나 박 회장의 지시에 따라 최소 10% 이상으로 2배 이상 상향하는 방안을 살피고 있다. 두산은 또 심야 쇼핑이 특징인 동대문 상권에 맞춰 '심야 면세점' 운영을 검토하기로 했다. 특히 5년 내 동대문 지역으로 1,300만 명 가량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국산품 매장도 개장시점부터 전체 매장의 40% 수준까지 배정키로 하는 등 공격적 운영 계획을 수립했다.

두산 관계자는 "면세점은 버스 100여 대를 동시에 주차할 두타 전용 주차장을 확보해 주차난을 원천적으로 해결했고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 460여 개 해외고가브랜드의 입점 의향서도 받은 상태"라고 말했다.

▲수비형 롯데 신동빈, 1,500억 뿌린다

12일 신동빈 롯데 회장은 오는 2020년까지 롯데면세점을 세계 1위 면세사업자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신 회장은 인천 중구 운서동에 있는 롯데면세점 제2통합물류센터에서 '상생 2020'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신 회장은 "소송 등에 흔들리지 않고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집중하겠다. 롯데면세점이 앞으로 5년 동안 1,500억원을 투자해 중소기업들과 상생활동을 벌일 것"이라며 "롯데면세점은 세계 3위의 면세사업자로 성장했다. 이는 35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결과"라면서 "앞으로 2020년까지 세계 1위를 달성해 서비스업계의 삼성전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 회장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면세점사업이 롯데그룹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호텔롯데 이익의 80% 이상이 롯데면세점에서 나온다. 신 회장으로선 무조건 롯데면세점을 지켜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또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호텔롯데 상장을 위해서도 면세점 수성은 대단히 중요하다.

▲최태원 회장,·정용진 부회장도 관심 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면세점에 관심이 크다. 최 회장은 카 라이프, 패션과 함께 면세점을 3대 그룹 신성장 사업으로 내세웠다. SK네트웍스가 공격적인 복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특히 최 회장이 평창올림픽 지원, 전역연기 장병 특별채용 등 정부정책에 적극적으로 화답한 것도 면세점 특허권 확보를 위한 행보라는 관측이 나올 정도로 SK 그룹이 면세점 사업을 위해 집중하는 모습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면세점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갖고 있다. 지난 7월 면세점 1라운드에선 참패했지만 이번에 다시 칼을 갈고 나왔다. 신세계는 생존을 위해서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 진출이 꼭 필요하다. 롯데에 가장 부담이 되는 강력한 상대이자 가장 공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신세계는 대표 한류 콘텐츠 기업인 CJ E&M과 국내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상생 협약식'을 맺고 남대문 활성화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외사촌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손을 잡은 것이다. 범삼성가의 결집이 이뤄지고 있는 모양새다.

한편 관세청은 현재 올 연말 특허가 만료되는 서울ㆍ부산 시내 면세점의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한 심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에는 기존 사업자인 롯데와 SK네트웍스, 그리고 두산과 신세계가 입찰에 참여했다. 부산은 기존 업체인 신세계와 패션그룹형지가 경쟁한다.

업계에서도 이번 면세점 특허 재허가 승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너들이 나섰다. 그만큼 판이 커졌다. 이기면 좋겠지만 지면 모두 목이 날아간다"고 걱정스러워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싸움에 우리가 끼지 않은 게 천만 다행"이라고 말했다.

채준 기자 dooria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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