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수사 논란 등 의식해 신중
김범수(49)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미국 원정도박 의혹이 확산되는 가운데, 검찰이 과연 김 의장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사안은 그의 개인 비리 성격에 가깝지만, 카카오는 지난해 ‘사이버 검열’ 논란 당시 검찰과 대립각을 세운 바 있어 수사가 시작될 경우 파장이 일 전망이다.
12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미국 법무부 및 재무부 등으로부터 김 의장의 도박 정황이 담긴 자료(본보 9일자 24면, 12일자 28면)를 넘겨받아 범죄 혐의 유무를 따져보고 있다. 여기에는 그가 2007년 11월과 2010년 8월, 2013년 2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고급 호텔 3곳의 카지노에서 거액의 도박을 하거나 환전을 한 내용이 기재돼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아무 것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고, 카카오 측도 “현재로선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김 의장이 수 차례 도박을 한 정황이 공개된 이상 검찰 수사는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다. 2007년과 2010년 도박 의혹의 경우 공소시효(5년)가 문제될 수 있지만 2013년 카지노 환전 보고서의 경우 시효가 2018년까지 남아 있다. 수사 진행에 따라선 2013년 도박과 앞서 2건의 도박 행위가 ‘상습도박’으로 함께 묶일 수 있다. 현행법상 단순오락 형태가 아니라 상습적으로 도박을 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문제는 ‘보복ㆍ표적 수사’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수사기관의 카카오톡 감청에 따른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자 카카오는 “감청영장 집행에 일절 응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최근 카카오가 “수사대상자가 아닌 사용자의 익명 처리 등을 조건으로 협조하겠다”며 1년 만에 입장을 선회하긴 했지만,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지난해 카카오의 반발에 따른 ‘탄압’으로 비칠 소지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수사 착수 시점도 검찰로선 고민이다. 현재 특수2부는 포스코 비리 수사에 검사 전원이 매달려있다. 차기 검찰총장 선임 국면에는 민감한 수사를 자제하는 검찰 관행도 있다. 그렇다고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수사가 시작되면 “국내 1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업 수사를 통해 선거 표심에 영향을 주려 한다”는 의심을 살 수 있다. 당장 수사를 개시하기도, 또 마냥 미루기도 어려운 게 검찰이 처한 상황이다. 현재로선 사태의 추이를 관망하면서 서울국세청 조사4국이 진행 중인 카카오 세무조사 결과를 기다려 본 뒤, 수사 착수를 결정할 공산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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