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랜디 하워드라는 컨트리 가수가 테네시주 자택에서 총격전 끝에 피살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민간 범죄인 사냥꾼이 마약소지 등 혐의를 받던 그의 현상금을 노리고 저지른 짓이었다. 19세기 서부개척 시대에는 현상금을 노리고 범인을 잡으러 다니는 바운티 헌터(bounty hunter)가 횡행했다. 마카로니 웨스턴의 대부 세르지오 레오네의 ‘석양의 건맨’은 현상금을 좇는 이들의 비열한 싸움을 그린 작품이다. 살인마저 무감하게 만드는 엔니오 모리코네의 애절한 선율과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냉혹한 폭력의 대비가 압권이다.
▦ 바운티 헌터는 미국에선 합법이다. 영토는 광활한데 치안은 부실하다 보니 정부가 돈을 내걸고 민간인에게 범인 검거를 맡긴 개척시대의 유산이다. 백인들의 탐욕에 대항했던 인디언 지도자들도 상당수가 바운티 헌터에 희생됐다. 지금도 이들이 잡아들이는 수배자가 매년 3만명 이상이라고 한다. 이렇다 보니 범죄자를 추적하느라 국경을 넘었다가 그 나라 정부로부터 되레 납치 혐의로 체포되는 해프닝도 벌어지곤 한다.
▦ 7월 복역하던 멕시코 교도소에서 유유히 사라진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의 탈옥사건은 미국과 멕시코 정부가 내건 100억원 넘는 현상금도 그렇지만, 쇼생크 탈출을 무색케 하는 치밀한 탈주극이 입방아에 올랐다. 독방 욕실 바닥에서 사다리로 연결된 1.5 km 지하터널에는 레일과 오토바이에다 중간중간 환풍구와 조명, 산소탱크까지 설치돼 있었다. 2001년에도 탈옥한 전력이 있어 미국은 멕시코 교정당국의 광범위한 방조가 없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 구스만이 미국 대선에 출마한 부동산 갑부 도널드 트럼프에게 자신의 현상금의 10배가 넘는 1억 달러의 현상금을 걸었다고 한다. 멕시코 불법이민자들을 강간범, 범죄자로 묘사한 발언 때문이다. 텔레수르 TV는 구스만이 인종차별적 발언에 분노해 “생사를 떠나 잡아오기만 하면 어떤 금액이라도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수사를 의뢰하고 경호팀을 강화했다. 구스만이 직접 이 말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그가 멕시코 최대 마약조직의 우두머리라는 점을 생각하면 트럼프가 느낄 공포감이 어느 정도일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낭설이기를 바라지만 이를 계기로 트럼프가 언행에 좀더 신중해졌으면 한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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