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전 각각 다른 미국 가정으로 입양됐던 한국인 이복자매가 기적적으로 상봉했다. 언니 신복남 씨(46)와 동생 신은숙 씨(44)가 우연히 미국 플로리다주의 같은 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다 서로 자매임을 알게 됐다고 12일 지역신문 새러소타 헤럴드트리뷴이 보도했다.
복남씨가 아기 때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를 못 견딘 새 엄마는 자신이 나은 동생 은숙씨만 데리고 집을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는 기차사고로 사망했고, 복남 씨는 5세 때 고아원에 맡겨졌다가 4년 뒤인 1978년 미국 버지니아주의 한 가정에 입양됐다. 은숙 씨도 친모와 헤어져 보육원에 맡겨졌다가 1976년 뉴욕의 가정에 입양됐다.
이후 서로 불과 480㎞ 떨어진 곳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따로 성장했다. 복남씨의 양부모는 동생을 그리워하는 복남씨를 생각해 부산의 보육원에 연락해 여동생을 수소문했지만 아무 기록도 찾을 수 없었다. 이후 성인이 된 후 복남 씨 남편까지 합세해 보육원을 찾아봐도 결과는 같았다. 복남 씨는 그때를 회상하며 “실망스러운 소식의 연속이었지만, 동생이 어딘가 있을 거라 믿었다”고 회상했다.
복남씨는 2005년 플로리다주 새러소타로 이주했고, 올해 1월 새라소타 병원에 간호조무사로 취직했다. 3개월 후 동생인 은숙 씨도 운명처럼 같은 병원에 취직했다. 두 자매는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같은 시간, 같은 층에서 근무했다. 그러던 중 한 환자가 언니인 복남 씨에게 “같은 층에 한국인 간호사가 또 있다”며 “서로 아는 사이일 수도 있으니 한 번 알아보는 게 어떤가”고 제안했다.
환자 덕분에 친해진 둘은 점심을 같이 먹고 퇴근 후에도 만나며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어렸을 적 고아원에 버려졌고 미국인 가정에 입양됐다는 점, 같은 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유전자 검사를 결심했다.
검사 결과, 복남 씨는 캐나다의 한 연구기관으로부터 둘이 자매라는 답변을 받았다. 은숙 씨는 “결과를 전해 듣고도 우리가 자매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며 “근무 중에 연락을 받았는데 내게도 언니가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복남 씨도 “좋은 일을 하며 살아온 대가로 이런 기적이 찾아 왔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전영현 인턴기자(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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