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엔 프랑스 파리에 다녀왔다.
낯선 도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풍경은,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이 아주 많았다는 것이다. 가만히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책을 읽는 사람이 더 많았다.
특히 아마존 킨들같은 전자책을 사용하는 파리지앵을 여럿 목격했다. 독서가 생활화된 그들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한국에도 이제 슬슬 전자책 붐이 이는 것 같다. 올 들어 오랜만에 국산 단말기가 2종이나 출시됐으며, 사용자들의 반응 또한 좋다. 지난 10월 5일에는 전자책 서비스 업체인 리디북스가 첫 번째 전용 단말기인 '리디북스 페이퍼'의 판매를 시작했다.
반응은 실로 놀라웠다. 아이패드 같은 고사양 태블릿도 아니건만 출시 전부터 꾸준한 입소문을 타 많은 관심을 모았고, 판매 당일엔 지나치게 많은 구매자가 몰린 탓에 구매 오류가 발생하는 해프닝까지 있었다. 결국 출시 당일에 1차 물량이 품절되는 훌륭한 성적을 세웠다.
이보다 한달 앞서 출시된 전자책 단말기 '크레마 카르타' 역시 출시 후 보름만에 1차 물량인 1,500대 완판을 기록했다. 아직은 충분한 시장을 확보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꽉 막혀있던 전자책 시장에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게다가 시장을 긍정적으로 볼 요인도 충분한 상황이다.
먼저 콘텐츠의 양과 품질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어 가고 있다. 전자책 콘텐츠를 공급하는 서비스 업체에서 단말기를 만들다보니, 콘텐츠 수급이 원활해졌다. 전용 스토어를 이용할 경우 콘텐츠 포맷이나 호환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도 없다. 읽을 만한 콘텐츠도 대폭 늘었다. 출판사 쪽에서도 적극적으로 전자책 판매를 추진하며, 신간이 전자책으로 출시되는 시기도 빨라졌다는 것. 리디북스의 경우 현재 37만권 이상의 전자책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으며, 다양한 테마와 기획을 통해 독자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다.
전자책 단말기의 성능이 종이책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발전하고 있다는 것도 중요하다. 크레마 카르타와 리디북스 페이퍼에는 '카르타 패널'이 탑재됐다. 종이책의 인쇄 수준인 300ppi 화면을 구현해 실제 책을 읽듯 세밀한 느낌을 전달해준다.
전자잉크 화면 특유의 잔상을 해결하기 위한 기술도 적용했다. 각 제품마다 인터페이스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책장을 넘기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물리 버튼을 적용하고, 형광펜 기능으로 원하는 구절을 저장할 수 있는 등 사용자 환경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게다가 단말기의 가격 경쟁력도 뛰어나다. 예스24는 크레마 카르타를 15만9,000원에 출시했다. 리디북스는 해상도에 따라 두 개의 제품으로 나누어 라이트 모델을 8만9,000원, 고해상도 모델을 14만9,000원에 판매한다. 충분히 새로운 사용자층을 개척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이다. 어떤 형태로든 책 읽는 문화는 지지해야 한다. 전자책이 한국 사람들의 메마른 독서 습관을 적셔줄 수 있다면, 이 시장이 꾸준히 성장해 나가길 기대해보자.
● 하경화는 종합 라이프스타일 웹진 기어박스(www.gearbax.com)에서 모바일 분야 최신 소식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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