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기자ㆍPDㆍ아나운서 등의 직종 구분을 없애고 부장ㆍ사원 등 직급 서열만 두는 조직개편을 단행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노조는 “부당전보 소송에서 수 차례 패소한 사측이 이를 남발하기 위한 터무니없는 조치를 내놨다”며 사측에 대한 형사고발 방침을 밝혔다.
1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에 따르면 MBC 사측은 지난 6일 ‘직종폐지 방침에 따라 직종의 정의를 삭제하는 내용의 사규 개정안’을 노조에 통보하고 이를 12일부터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인사규정 상 MBC 직원들은 직무 특성에 따라 ▦기자 ▦카메라기자 ▦편성PD ▦TV PD ▦라디오 PD ▦아나운서 ▦미술 ▦제작카메라 ▦방송기술 ▦방송경영 ▦시설 ▦ITㆍ콘텐츠 관리 ▦기타 등 총 13개 직종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개정안은 이 같은 직종 분류를 모두 삭제하고 국장ㆍ부국장ㆍ부장 외 나머지 직원을 ▦일반직 ▦촉탁직 ▦연봉직 ▦업무직 사원으로만 나누겠다는 것이다.
노조 측은 이에 대해 “부당 전보를 합법적인 것으로 둔갑시키려는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조능희 노조위원장은 “본인 의사에 따른 직종 간 이동은 문제가 없지만 (노조활동 압박을 위해) 이를 불법적으로 시도하려다 여의치 않으니 인사권을 남용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MBC가 지난 몇 년간 직종과 무관한 부서로 발령을 낸 데 대해 법원이 직원들의 손을 들어주자 사측이 이 같은 편법을 고안했다는 것이다. 회사를 비판하는 웹툰을 그려 지난 1월 해고당한 권성민 전 PD가 제기한 해고무효확인소송 등에서 법원이“예능 PD로 입사한 권 PD가 예능국 또는 유사 직종에서 계속 근무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을 것이므로 해고 및 전보조치는 부당하다”는 판단을 내놓은 만큼, 사측이 직종구분을 ‘부당 전보’의 걸림돌로 여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노조는 보고 있다.
MBC 사측은 “인사규정 상 직종 분류가 이미 사문화된 상태로 그 동안 직종 구분 없이 직원의 적성과 능력 및 회사의 수요에 따라 인사를 해왔다”며 “기자와 PD 등 직무 구분은 유효하므로 맡은 업무에 매진하면 된다”며 전보발령과는 무관한 개정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조 위원장은“전문 방송인력으로서의 자아는 벗어 던지고 오로지 상사와 부하관계로 규정하는 개편은 재앙”이라며“취업규칙변경무효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고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사측을 형사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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