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장원준.
두산과 넥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린 11일 잠실구장. 1차전에서 니퍼트를 투입해 기선 제압에 성공한 김태형 두산 감독은 수순대로 '84억 토종 에이스' 장원준(30)을 내보냈다.
정규시즌에서 12승12패에 평균자책점 4.08을 기록했던 장원준은 몸값에는 다소 미치지 못했다. 게다가 넥센 상대로는 승리 없이 2패에 평균자책점 9.00으로 크게 부진했다. 롯데 시절 역대 포스트시즌에서도 1승1패에 평균자책점 6.14로 썩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84억 팔에 대한 두산의 고민은 있을 수 없었다. 장원준이 이끄는 두산이 2차전에서도 넥센을 3-2로 꺾고 2년 만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다가섰다. 1차전에서 4-3으로 승리한 두산은 홈에서 2연승을 거두며 남은 3경기 가운데 1승만 더 보태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지난해까지 치러진 역대 24차례의 준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7차례)에서 1, 2차전을 승리하고도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사례는 딱 두 번밖에 없었다. 공교롭게도 두 차례 역스윕의 주인공은 모두 두산이었다. 2010년 롯데를 상대로, 그리고 2013년 넥센으로 상대로 2패에 몰렸다가 내리 3연승으로 극적인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장원준에 대비해 외국인 왼손타자 스나이더를 선발 라인에서 제외하고 윤석민을 7번 타순에 배치하는 맞춤형 라인업을 내세웠지만 넥센의 강타선은 장원준의 슬라이더에 속수무책이었다. 장원준은 선발 6이닝 동안 99개의 공을 던지며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6탈삼진 2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기록한 뒤 3-2로 앞선 7회 노경은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넥센 박병호를 상대로도 삼진 2개를 포함해 3타수 무안타로 완승을 거뒀다. 몸쪽 꽉 찬 직구와 슬라이더로 카운트를 잡고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유도하는 패턴이었다. 3회초 박동원에 허용한 홈런 한방이 옥에 티였지만 두산 유니폼을 입고 치른 첫 가을 무대에서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1차전 승리투수였던 이현승은 1⅓이닝을 무안타로 막고 팀 승리를 지켜 세이브를 거뒀다.
타선에서는 5회 결승타를 포함해 2타수 2안타 1타점 2볼넷으로 활약한 민병헌은 2차전 MVP에 선정됐다.
반면 넥센은 선발 피어밴드가 제구 난조로 4이닝 동안 4피안타 3볼넷 2실점하고 많은 투구수(101개) 때문에 조기 강판하면서 불펜 운용이 꼬였다. 공격에서는 2회 두 차례의 주루사와 8회 이택근과 박병호로 이어지는 타석 때 맞은 1사 2ㆍ3루 찬스를 무산시킨 게 결정적이었다. 이틀 연속 1점 차로 아쉬운 패배를 당한 넥센은 두산이 두 차례 일궜던 기적을 바라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 넥센은 2013년부터 준플레이오프에서만 두산에 5연패를 당했다. 넥센 박동원은 1-2로 뒤진 3회초 선두타자로 나가 장원준을 상대로 동점 솔로홈런을 쏘아 올려 이틀 연속 홈런포를 가동했지만 5회말 포구 실책이 아쉬웠다. 두 팀은 하루 쉰 뒤 13일 넥센의 홈인 목동구장으로 옮겨 3차전을 치른다.
사진=임민환기자
잠실=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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