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5% 수준으로 책정해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1%대의 초저금리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저금리의 혜택이 저소득 서민층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지만 인하 혜택이 고소득층에만 집중돼 저소득 서민층은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세가 고공행진과 내수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서민들은 낮은 신용도 때문에 은행권보다 10~20배 이상 이자가 비싼 저축은행, 상호금융권 등 비은행권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태다.
한국은행이 작년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5%까지 내려 시중은행 평균 대출금리는 2%대로 떨어졌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8월 13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한국은행 본점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마친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연 1.5% 수준에서 동결됐다. (사진제공=연합뉴스)
그런데 11일 김기식(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이 발표한 '상위 10개 저축은행 신용등급별 가중평균금리'를 살펴보면 상위 10개 저축은행의 평균 금리는 7월 말 기준으로 28.6%로 나타났다.
이는 기준금리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금리가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증거다.
또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성 의원실의 '차주(借主) 특성별 가계대출 잔액' 자료에 따르면 연소득 3,000만원 이하 저소득층의 은행권 대출은 작년 말 114조2,000억원에서 올해 6월 114조1,000억원으로 1,000억원 줄었다.
반면에 '이자폭탄'으로 불릴 정도로 금리가 높은 비은행권 대출은 급증했다. 이들의 비은행권 대출은 같은 기간에 23조7,000억원에서 24조7,000억원으로 1조원이나 늘었다.
싼 금리 혜택은 연소득 6,0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이 주로 누렸다. 이들의 은행 대출은 같은 기간 101조9,000억원에서 106조원으로 4조1,000억원 증가했다.
늘어나는 저소득층의 비은행권 대출에 힘입어 비은행권의 수익은 급증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79개 저축은행이 2014년 7월부터 지난 6월까지 거둔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은 2조394억원이다.
금융 시스템에서 저축은행보다 밑단에 있는 대부업체도 저금리 속에 호황을 누리고 있다.
상위 20위 대부업체 순이익은 작년 5,095억원으로, 2009년(3,175억원)의 1.6배로 늘었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과 대부업체가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서민층이 그만큼의 부담을 더 떠안게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부는 연 10%대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독려하고 있지만 해당업계가 외면해 효과가 신통치 않다.
올해 7월 기준으로 지방은행을 포함한 12개 시중은행의 중금리 대출 실적은 1만5,888계좌에 914억7,000만원으로 은행권 전체 신용대출(115조원)의 0.3% 수준에 불과했다.
이렇게 제1금융권인 은행들이 중금리 대출 상품을 적극적으로 내놓지 않는 것은 저신용 고객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중금리 대출 상품 출시로 위험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 기인한다.
실제로 2000년대 일부 시중은행이 저신용 서민들을 위해 10%대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했으나 저조한 실적과 높은 부실률을 보였다.
은행들은 또 평균금리가 6.1∼13.3%로 책정된 중금리 대출상품 17개 중 8개 상품을 신용등급 7등급 이상(1~7등급)에만 판매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은행 중금리 상품 중 절반은 저신용층 서민들이 이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29개 저축은행도 상황은 비슷하다.
▲ (사진제공=연합뉴스)
판매 중인 56개 중금리 상품의 대출 잔액은 3,921억원으로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121조1,000억원의 3.2%에 불과하다.
저축은행의 가계대출자 가운데 신용 6∼9등급이 82.6%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저신용층 서민에 대한 중금리 대출이 활발히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양극화·대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중금리 시장을 활성화하려면 금융기관별 신용평가 제도를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각 금융기관이 대출자의 신용도를 평가해 담보에 의존하지 않고도 낮은 금리로 대출해줄 수 있는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환경을 만드는 게 근본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김서연 기자 brainysy@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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