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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쓸 수 있어요, 평생 불러왔던 아리랑 노랫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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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쓸 수 있어요, 평생 불러왔던 아리랑 노랫말

입력
2015.10.1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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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왕시 '어르신 글쓰기 대회'

경기 의왕시청에서 8일 열린 제3회 어르신 글쓰기 대회에서 어르신들이 원고지를 정성스레 채워 나가고 있다. 의왕시 제공
경기 의왕시청에서 8일 열린 제3회 어르신 글쓰기 대회에서 어르신들이 원고지를 정성스레 채워 나가고 있다. 의왕시 제공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지난 8일 경기 의왕시청 대회의실. 의왕시에 사는 강은해(85) 할머니가 아리랑 1절 노랫말을 시험지 위에 한자한자 써 내려갔다. 돋보기 너머로 보이는 글씨체가 네모 칸 밖으로 삐칠 때면 지우개로 얼른 지우고 다시 쓰는 모습이 한글을 막 깨우친 초등생의 모습과 영락없다.

강 할머니가 이날 치른 한글시험은 의왕시가 60세 이상 문해 교육생을 대상으로 연 ‘어르신 글쓰기 대회’다. 의왕시는 2013년부터 매년 2,400만원을 들여 관내 경로당 10곳 등에서 때를 놓쳐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만학도 200여명에게 읽고 쓰는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을 한 뒤 10월쯤 대회를 열고 있다.

11일 의왕시에 따르면 올해 대회는 아리랑 1절을 격자 모양의 빈 종이에 옮겨 쓰는 예쁜 글씨쓰기와 ‘나의 꿈’을 주제로 한 자유글쓰기 등 2개 부문으로 진행됐으며 60세 이상 어르신 80여명이 참여했다. 어릴 때는 오빠와 남동생에게 밀려서, 시집 가서는 남편 모시고 아이들 돌보느라 배울 기회를 놓친 할머니들이 대부분이다. 참가자들은 어릴 적 꿈꾸던 소망과 자녀들에 대한 바람 등을 진솔하게 표현했다.

최고령 참가자인 강 할머니는 “넉넉하지 못한 살림에 글도 모르고 80 평생을 살아왔다”며 “한글을 깨우쳐 다시 사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의왕시는 조만간 우수작 12점을 선정해 상을 주고 복지관 등에서 전시할 예정이다.

김성제 의왕시장은 “어르신들의 삶의 질 향상과 사회활동 참여 기회를 넓히고 한글의 우수함을 알리기 위해 문해교실을 더욱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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