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시 '어르신 글쓰기 대회'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지난 8일 경기 의왕시청 대회의실. 의왕시에 사는 강은해(85) 할머니가 아리랑 1절 노랫말을 시험지 위에 한자한자 써 내려갔다. 돋보기 너머로 보이는 글씨체가 네모 칸 밖으로 삐칠 때면 지우개로 얼른 지우고 다시 쓰는 모습이 한글을 막 깨우친 초등생의 모습과 영락없다.
강 할머니가 이날 치른 한글시험은 의왕시가 60세 이상 문해 교육생을 대상으로 연 ‘어르신 글쓰기 대회’다. 의왕시는 2013년부터 매년 2,400만원을 들여 관내 경로당 10곳 등에서 때를 놓쳐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만학도 200여명에게 읽고 쓰는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을 한 뒤 10월쯤 대회를 열고 있다.
11일 의왕시에 따르면 올해 대회는 아리랑 1절을 격자 모양의 빈 종이에 옮겨 쓰는 예쁜 글씨쓰기와 ‘나의 꿈’을 주제로 한 자유글쓰기 등 2개 부문으로 진행됐으며 60세 이상 어르신 80여명이 참여했다. 어릴 때는 오빠와 남동생에게 밀려서, 시집 가서는 남편 모시고 아이들 돌보느라 배울 기회를 놓친 할머니들이 대부분이다. 참가자들은 어릴 적 꿈꾸던 소망과 자녀들에 대한 바람 등을 진솔하게 표현했다.
최고령 참가자인 강 할머니는 “넉넉하지 못한 살림에 글도 모르고 80 평생을 살아왔다”며 “한글을 깨우쳐 다시 사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의왕시는 조만간 우수작 12점을 선정해 상을 주고 복지관 등에서 전시할 예정이다.
김성제 의왕시장은 “어르신들의 삶의 질 향상과 사회활동 참여 기회를 넓히고 한글의 우수함을 알리기 위해 문해교실을 더욱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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