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도시재생 프로젝트로 조성
인파 몰려 식당ㆍ카페 빈 자리 없어
임차료 올라 젠트리피케이션 우려도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 숲길 공원’. 지하철 홍대입구역 3번 출구를 나서자 길게 늘어선 가로수길이 나타났다. 나무들 사이 폭 20m 정도 되는 공간에는 잔디밭과 산책로가 펼쳐졌다. 곳곳에 조성된 휴게 벤치와 작은 하천 등도 눈에 들어왔다. 뉴욕 센트럴파크에 빗대 일명 ‘연트럴파크’라고 불리는 공원이다.
공원 양 옆으로 난 도로변에는 가정집을 리모델링한 카페와 식당, 술집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주변 카페와 식당들은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씨에도 문을 활짝 열어놓고 손님 맞이에 분주했다. 비까지 내려 평소보다 한산하긴 했지만 산책을 나온 어르신과 유모차를 끌고 가는 신혼부부 등 주민들과 노천 카페를 찾은 젊은이들의 모습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연남동 주민 김서희(34)씨는 “집이 근처라 거의 매일 저녁 가족과 함께 나와 산책을 한다”면서 “주변에 갑자기 술집과 카페가 많이 생겨 걱정했는데 소란스럽기 보다는 여유 있게 즐기는 곳이 된 것 같아 만족한다”고 말했다.
‘연트럴파크’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버려진 철길이었다. 경의선 철도가 지하로 내려가면서 철도시설공단이 내놓은 지상 토지에 서울시가 지난 6월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숲길을 꾸몄다. 홍대입구역에서 연남파출소 교차로 까지 이어지는 길이 1,268m, 폭10~60m의 길쭉한 형태다. 공원 20m 밑으로 문산과 서울역을 오가는 경의선 전철, 지하 40m 지점에는 공항철도가 다닌다.
숲길을 개장한 이후 양 옆으로 주택을 개조한 작은 가게와 식당, 카페들이 하나 둘 생기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가정집을 개조한 카페가 많아 다른 상업지역과 달리 편안한 분위기를 내고, 오래된 골목길에 숨은 작은 가게들이 많은 것도 매력으로 꼽힌다. 인근에서 3년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이남주(36)씨는 “수년 전부터 조용하면서도 분위기 좋은 동네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사람들이 찾아오다가 최근 공원이 생긴 후로는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면서 “주말이나 저녁이 되면 인근의 커피전문점과 음식점에 빈자리를 찾기가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소위 ‘뜨는 동네’가 됐지만 마냥 장밋빛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기존 주민들이 임차료 상승 탓에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우려가 이곳에서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인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공원조성 전 3.3㎡당 2,000만~3,000만원이었던 건물 매매가가 현재는 3,000만~4,000만원 수준으로 올랐다. 3.3㎡당 임대료는 60만~70만원 선으로 공원 조성 전에 비해 1.5~2배 상승했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입 소문을 타고 외지에서 사람이 몰리면서 동네는 활기를 찾았지만 그만큼 매매와 임대료가 올라 상인들의 부담이 늘고 있다”면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막고 동네 고유의 개성을 지키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지만 현재 특별히 마련한 대책은 없다”고 말했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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