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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드니로의 명연기 5

입력
2015.10.10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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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턴'의 로버트 드니로.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인턴'의 로버트 드니로.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살짝 미소만 지어도 얼굴에 정이 넘친다. 하지만 미간에 힘을 주면 금세 험악한 얼굴이 된다. 로버트 드니로는 미남이라 할 수 없으나 마땅히 배우를 해야 할 얼굴을 지녔다. 얼굴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만으로도 인물의 심리를 묘사해내는 그는 당대 최고 배우 중 하나다. 72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카메라 앞에서 분투하는 그는 최근 국내 대중의 환호와는 동떨어져 있었다. 앤 해서웨이와 호흡을 맞춘 영화 ‘인턴’이 가을 극장가에 흥행 돌풍(영화진흥위원회 집계 9일 기준 195만3,112명)을 일으키면서 대중들의 시선을 다시 사로잡고 있다. ‘인턴’의 흥행몰이를 맞아 드니로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 5편을 소개한다.

▦‘대부2’(1974)

드니로의 출세작이다.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비토 코르레오네를 연기했다. 비토의 아버지는 지역 마피아 두목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살해당한다. 비토의 형도 복수를 감행하려다 역시 죽음을 맞는다. 어머니도 비명횡사한 뒤 겨우 9세인 비토는 미국으로 도망쳐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낯선 곳에서 살기 위해 폭력을 휘두르게 되고 어느새 범죄조직의 수장이 된다. 그리고 이탈리아로 돌아가 가족의 복수를 하게 된다.

비토의 파란만장한 젊은 시절은 아들 마이클(앨 패시노)의 회상을 통해 전개된다. 마이클은 가족의 안위를 위해 ‘사업’을 그만둘지 아니면 적대 세력과의 정면대결을 불사할지 고민하면서 아버지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자신과 가족을 위해서 주저하지 않고 냉혹한 선택을 했던 비토의 모습을 그렇게 스크린에 투영된다. 드니로는 뒷골목 거물로 성장하는 이탈리아 청년의 모습을 세세히 표현하며 평단과 대중의 갈채를 받았다. 감독 프랜시스 코폴라.

▦‘디어헌터’(1978)

베트남전의 비극을 그린 영화다. 미국 작은 도시에서 평화롭게 살던 절친한 친구 셋이 베트남에서 적의 포로로 잡힌 뒤 겪게 되는 고통을 담았다. 드니로는 두 친구 닉, 스티븐과 함께 베트콩의 고문 속에서 몸과 마음이 파괴되는 마이클을 연기했다. 마이클은 친구들과 함께 겨우 포로 신세를 벗어나 제대하나 그에게는 비극적인 소식들이 들려온다. 닉은 베트남에서 실종한 것으로 전해졌고 스티븐은 반신불수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온다. 드니로는 어느 날 스티븐에게 매달 거액이 베트남으로부터 우송되는 사실을 알고 닉의 생존을 확신한다. 마이클을 닉을 찾아 베트남으로 향하고 러시안 룰렛을 하고 있는 닉을 발견한다. 드니로의 차분하면서도 무뚝뚝하고 진중한 용모가 빛을 발하는 수작이다. 감독 마이클 치미노.

▦‘성난 황소’(1980)

1940년대 링을 오르내렸던 유명 권투 선수 라모타의 삶을 담은 영화다. 이탈리아계 라모타는 동생과 함께 세계 미들급 정상을 향해 간다. 지역 마피아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그는 결국 챔피언의 자리에 오른다. 영광은 잠시. 챔피언 벨트를 뺏긴 뒤 개인적 삶도 무너진다. 의처증으로 형과 아내의 관계를 의심하면서 가족과의 사이도 소원해진다. 링에서 짐승처럼 싸우면 얻었던 명예를 뒤로 하고 라모타는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자신의 굴곡진 삶을 돌아보는 계기를 얻게 된다.

가장 아름다운 권투 영화 중 하나다. 라모타의 사투에 가까운 경기 장면이 흑백화면에 서정적으로 펼쳐진다. 영화 전반을 흐르는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간주곡’의 장중함이 귓가에 감긴다. 드니로는 은퇴한 뒤 부푼 라모타의 몸을 만들기 위해 30㎏을 찌우며 이 영화에 참여해 화제가 됐다. 공격적이면서도 자신만의 신념을 지닌 라모타의 삶 그대로라는 호평을 받았다.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

▦‘코미디의 왕’(1983)

험상 굿은 이탈리아계 마피아 두목 역할을 도맡았던 드니로가 코미디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작품이다. 스스로 타고난 코미디언이라 생각하는 배우 지망생 펍킨을 호연해 박수를 받았다. 펍킨은 유명 코미디언 랭포드에게 접근해 누구보다 화려한 데뷔식을 치르려고 갖은 애를 쓰나 효과는 없다. 아무리 애를 써도 랭포드가 꿈쩍하지 않자 펍킨은 랭포드의 여성 팬을 동원해 랭포드를 납치한다. 펍킨은 랭포드를 협박해 ‘랭포드 쇼’에 출연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드니로는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관객들의 배꼽을 겨냥한다. 드니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펍킨의 모습엔 자신에게 드리워진 마피아 이미지를 역이용한다. 드니로는 이후에도 범죄물에 주로 등장했으나 코미디시리즈 ‘미트 페어런츠’ 등에 출연할 수 있는 발판을 이 영화로 마련한다.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

▦‘미션’(1986)

1750년 남미를 배경으로 한 서사극이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식민지 다툼 속에서 원치 않게 비극에 내몰린 원주민 과라니족과 그들에게 천주교를 전하던 신부들의 모습을 그렸다. 교회 본연의 모습을 보이며 원주민과 소통하려는 신부들, 자신들의 경제적 이득을 위해 무력을 불사하는 정치 지도자들의 모습이 엇갈리며 18세기 식민시대의 남미를 스크린에 투영한다. 드니로는 잔인한 노예장사꾼에서 신부로 거듭난 멘도자를 연기했다. 새 삶을 살기 원했던 드니로는 과라니족의 편에서 서서 유럽 국가의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다가 최후를 맞는다. 드니로는 원주민을 상품으로만 봤던 인물이 자애롭고 희생을 앞세우는 신부로 변모하는 모습을 세묘해 박수를 받았다. 감독 롤랑 조페.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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