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사령탑에 올라 첫 번째 포스트시즌에 나서는 김태형 두산 감독이 미디어데이부터 '여유 있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김태형 감독은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 참석했다. 첫 멘트부터 주목을 받았다. 사회자가 "넥센과 SK의 와일드 카드 결정전을 재미있게 지켜봤느냐"고 묻자 김 감독은 "재미있게 안 봤다. 1차전으로 끝난 게 아쉽다. 염경엽 (넥센) 감독이 운이 좋은 감독이구나 생각했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두산 입장에서는 와일드 카드 결정전이 2차전까지 가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넥센이 지난 7일 열린 와일드 카드 1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SK의 실책으로 승리를 거둔 것을 재치있게 표현한 것이다.
평소에도 유머 감각이 남다른 김 감독의 '한 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상대팀 키플레이어를 꼽을 땐 넥센 투수 조상우를 언급했다. 김 감독은 "어린 투수가 이렇게 많이 던져도 괜찮나 싶다. 승리도 중요하지만 너무 많이 던지더라"며 "어리니까 아무 것도 모르고 감독이 던지라니까 죽어라 던지고 있는 것 같다. 나중에 후회할 거다"고 말해 폭소를 안겼다. 두산전에 유독 강한 조상우를 경계한 '뼈 있는' 농담이었다. 조상우는 올해 두산전에서 8번 등판해 1승1패 2홀드 평균자책점 2.19로 강했다. SK와 와일드 카드 결정전에서는 3이닝 동안 49개의 공을 던지며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사실상 조상우를 의식한 '선제 공격'이다.
김 감독은 올 시즌 신임 감독들 중에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개막 전부터 주전 투수들의 줄부상이 이어졌지만 공백을 잘 메우며 시즌을 꾸려왔다. 감독으로 처음 맞는 포스트시즌이지만 흔들림 없이 간다. 김 감독은 "감독으로 처음 부임한 후 '두산 답지 않은 야구를 해왔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이기는 경기를 많이 해서 포스트시즌에 올라가는 게 두산 다운 야구라고 본다"며 "선배이자 감독 입장에서 이끌려고 했고 고참들이 잘 해줬다. 선수들 스스로가 잘 뭉쳐주고, 잘 해줬기 때문에 성적이 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김태형 두산 감독.
잠실=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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