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신촌세브란스 등
지난달 일반병상 비율 70%로
환자 연간 3만여명 혜택볼 듯
다인실 전환 공사 시간 촉박
일부 2, 3인실 일반병실료 적용
동일병실에 다른 요금 형평성 논란
항암 치료를 위해 지난 8월부터 서울 소재 대형 병원의 2인실에 입원 중인 최모(68)씨는 지난 달 입원료 고지서를 받아 들고 눈을 의심했다. 그 간 하루 18만8,290원(본인부담금)을 내던 것이 1만529원으로 줄어 있었다. 최씨가 이용하는 2인실이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되면서 입원비가 무려 18분의 1로 준 것이다. 애초 6인실을 원했던 최씨는 병원 측이 “자리가 없어 기다려야 한다” 고 해, 할 수 없이 치료비보다 비싼 2인실을 이용해오던 터라 더 반가웠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일반병상 의무비율이 확대 이후 환자들이 선호하는 이른바 ‘빅5 병원’의 일반 병상이 800여 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연간 3만 여명 가량의 환자들이 혜택을 누릴 것으로 추산된다.
9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의 일반병상은 9월 말 기준으로 6,389개로 집계됐다.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1~3인실 등의 상급병실료가 환자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에 따라, ‘3대 비급여 개선 대책’의 일환으로 상급 종합병원(대학병원) 등의 일반병상 확보 의무 비율을 기존의 50%에서 70%로 높이기로 했다. 이 같은 내용의 건보 요양급여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9월 시행된 이후 ‘빅 5병원’의 일반병상은 이전 보다 813개 증가됐다. 이들 병원의 환자 1인당 평균 입원일수(2010년 기준ㆍ서울성모병원 제외)가 11.3일인 것을 감안하면, 이는 연간 2만6,260명이 보험 혜택을 볼 수 있는 수치다.
이전까지 ‘빅5 병원’의 일반병상 비율은 다른 병원에 비해 크게 낮았다. 개편 전인 2013년 상급종합병원의 평균 일반병상 비율은 64.9%였지만, ‘빅 5병원’의 일반병상 비율은 58.9%에 불과했다.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값 비싼 1~3인실(상급병실)에 입원해야 하는 환자들의 원성도 높았다. 건보공단의 ‘상급병실료ㆍ선택진료비 실태조사’(2013)에 따르면 통상 ‘빅5 병원’의 일반병실을 이용하기 위해 하루 평균 118명이 약 3일(최소 1.7일~최대 5.2일) 정도 대기했다. ‘빅5 병원’을 제외한 상급종합병원의 경우는 하루 63명이 2.8일을 기다려야 했다.
이번 제도 개편으로 ‘빅5’의 총 병상 대비 일반병상 비율은 70.9%로 높아졌다. 일반병상 비율이 56.8%에 그쳤던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71.4%로, 삼성서울병원은 59.74%에서 70.44%로 높아졌다.
일반 병상이 늘어나 환자 부담이 줄어든 것은 분명하지만 형평성 문제는 남는다. 이들 ‘빅5’의 경우 다른 병원보다 일반병상(4인실 이상)이 적어 기존 1~3인실을 다인실로 바꾸는 공사를 해야 법정 일반병상 비율을 맞출 수 있다. 하지만 당장 공사가 어려운 탓에 대부분 2,3인실 일부를 일반병상으로 전환하는 고육책을 쓰고 있다. 환자들이 동일한 2인실이라도 상급병실이면 환자는 20만원 가량을, 일반병실로 분류됐으면 1만~2만원대의 건강보험 적용 병실료를 내고 있는 것이다.
병원 측은 이런 사실을 환자들에게 쉬쉬하고 있다. ‘빅 5 병원’에 속하는 한 병원 관계자는 “장기 입원 환자, 어린이 환자에게 일반병상으로 전환된 2인실을 우선 제공하는 식으로 병원마다 자체 기준을 정했다”면서도“비싼 병실을 이용해야 하는 환자들이 불만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곤혹스러워 했다. 또 다른 대형병원 관계자는 “의무 비율을 맞추기 위해 2인실 일부를 4인실 요금을 받으면서 운영하고 있다”며 “민원이 발생할 경우 2인실을 다인실로 바꾸는 공사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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