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평균 매매가 작년보다 4.9%↑
동탄은 전세난에 수요 몰려 6.5%↑
위례 우남 청약경쟁률 200대 1
2003년 서울 집값 급등 막으려 급조
주거와 산업 조화된 자족기능 부족
공급과잉 따른 미분양 지역 등장
"부진탈피 여부 더 두고봐야" 지적
올해로 입주 4년 차에 들어선 광교신도시. 경기 수원시 매탄ㆍ원천ㆍ이의동과 용인시 상현ㆍ영덕동 일대 1,130만㎡를 개발한 대표적 2기 신도시다. 녹지 비중이 높은 쾌적한 주거환경과 강남역까지 30분대 진입이 가능하다는 홍보로 분양 초기 청약열기가 바짝 일고 집값도 완만한 상승곡선을 긋긴 했지만 일부 미분양이 발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일기 시작한 전국적인 아파트 청약 광풍은 광교신도시의 위상을 확 바꿔놓았다. 2년도 채 안돼 집값이 15% 가량 뛰면서 수도권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 중 한 곳으로 자리잡았다. 3.3㎡당 1,713만원까지 치솟은 매매가는 1기 신도시인 분당(1,533만원)보다도 200만원 가량 높다. 분양가도 2008~2009년에는 3.3㎡당 1,200만원 정도에 불과했지만 현재 1,600만원 후반대까지 형성됐다.
국내 주택 경기가 살아나면서 판교ㆍ광교ㆍ김포ㆍ파주ㆍ동탄ㆍ위례 등 수도권 2기 신도시가 ‘귀한 몸’이 됐다. 매매가 상승은 거침없고, 신규 분양 단지마다 수십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보이며 청약 불패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9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수도권 2기 신도시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가는 지난해에 비해 4.9%(67만원) 오른 1,426만원을 기록했다. 작년 3.9%(53만원)에 이어 2년 연속 상승세일 뿐 아니라, 상승폭도 훨씬 확대된 상태다. 대부분 2기 신도시가 2010~2011년 정점을 기록한 후 하락세를 보이다 작년 이후 본격적인 반등에 나선 것이다.
2기 신도시 중 가장 가파른 가격 상승을 보이고 있는 곳은 동탄이다. 최근 경기 남부권 전세난 여파로 실거주 수요가 몰리면서 작년 말 대비 상승률이 6.5%에 달해 광교의 상승폭(6.1%)을 앞질렀다. 2기 신도시 최고 성공작이라는 판교신도시의 경우 최고가를 기록했던 2010년말(2,602만원)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바닥에서 벗어나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올 들어 2,300만원대를 돌파했다. 미분양의 근원지였던 김포한강과 파주도 물량이 소진되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청약시장의 열기는 더 뜨겁다. 올해 수도권에 공급된 아파트 가운데 청약 1~3순위 평균 경쟁률이 높은 상위 10개 단지가 모두 2기 신도시다. 6월 분양한 ‘위례 우남역 푸르지오 3단지’의 경우 평균 경쟁률이 무려 200대 1을 넘어서기도 했다. 건설사들도 2기 신도시 분양에 집중하면서 연말까지 추가로 쏟아질 물량만도 2만1,700가구에 달할 전망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서울이 전세 부족 현상을 겪으면서 상대적으로 물량이 풍부한 2기 신도시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며 “공공택지에 적용되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데다, 2017년까지 수도권에서 신규 공동택지지구 지정이 중단되는 것도 2기 신도시의 몸값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거품 낀 상승세라는 우려의 시각도 적지않다. 2003년 서울 집값 급등을 막기 위해 급조된 개발지구라 여전히 주거와 산업, 비즈니스 기능 등이 조화된 자족기능이 부족하고,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에 비해 서울도심과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에서 밀려난 세입자들은 상황 변동에 따라 재입성하려는 습성이 있기에 자체적인 수요가 있지 않은 2기 신도시의 경우, 외부 환경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며 “2기 신도시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타격을 가장 많이 받았던 것도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벌써부터 공급 과잉으로 미분양 우려가 일고 있는 지역도 있다. 지난달 24일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의 경우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2순위에서도 미달되는 단지(롯데캐슬 파크타운)가 나왔고, 인천가정 김포한강 양주옥정 등에서도 최근 중형 평형대를 중심으로 일부 미분양이 등장했다. 안민석 FR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자족기능 부족으로 동탄2 신도시나 김포ㆍ파주 운정 등은 전형적인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분명히 있다”며 “2기 신도시가 긴 부진에서 벗어나 이제 제 값을 받기 시작한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