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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강대국 대리전쟁터로 전락하나

입력
2015.10.0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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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해에 배치된 러시아 함정에서 시리아를 겨냥한 순항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카스피해에 배치된 러시아 함정에서 시리아를 겨냥한 순항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에 대한 러시아의 무력 지원이 나날이 노골화됨에 따라 미국을 위시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의 대응도 점차 강경해지기 시작했다.

아사드 정권이 반정부 세력을 잔혹하게 진압하면서 시작돼 4년을 끌어온 시리아 내전이 결국 서방 대 러시아와 시아파세력 간의 무력 충돌로 변질되면서 인구의 절반이 넘는 1,100만 난민을 양산하는 비극이 해결될 날은 자꾸 멀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시리아에서 러시아의 도전을 받고 있는 나토가 목소리를 높이고 강경 대응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며 “나토가 집단 안전보장 기구라는 본연의 모습을 뚜렷이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NYT 등에 따르면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진행된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서 그 동안 러시아의 시리아 개입에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이 일었고, 분쟁 지역에 대한 적극적인 파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영국은 서방을 향한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등 발트 국가들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늘려 러시아를 견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이클 팔론 영국 국방장관은 “러시아의 공격적인 움직임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나토 회원국들에 대한 군사적 도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옌스 슈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시리아 공습 과정에서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인 터키 영토를 침범한 것에 대해 “우리는 냉전 종식 이후 가장 굳건한 방어체계를 터키 주변에서 확립하고 있다”라며 나토의 합동 군사훈련과 러시아 접경 회원국에 대한 병참지원을 다짐했다.

나토의 실질적인 주도 국인 미국의 목소리가 컸다. 8일 영 일간 가디언은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모스크바의 지나친 시리아 내정 개입이 대대적인 보복공격과 희생자를 유발할 것이라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카터 장관은 이날 나토 회의에서 회원국인 터키의 주권 침해에 대한 우려 등을 나타내며 “러시아는 수니파 과격조직 이슬람국가(IS) 궤멸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반군을 겨냥한 시리아 정부군과의 공동작전에 주력해 참전의 정당성이 훼손되고 있다”며 “주변국들에 대한 사전고지 없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러시아군의 행위는 정당하지 않다”고 강경한 발언을 이어갔다.

게다가 이날 러시아의 순항미사일이 이란 영토에 떨어지면서, 미국과 나토의 강경 대응주장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러시아 미사일이 오조준되면 터키 등 시리아 인근 나토 회원국들의 안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경계’수위가 높아질 전망이다. CNN에 따르면 러시아 남 카스피해 해상에서 발사된 최소 4기의 순항미사일들이 시리아가 아닌 이란 영토에 떨어졌다. CNN은 미 정보당국자의 발언을 인용한 보도에서 “최근 개발되어 실전에 배치된 ‘칼리브르’ 미사일이 당초 목표로 한 시리아 북동부에 도달하지 못하고 중간 지점인 이란에 떨어졌다”라며 “건물이 붕괴되어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러시아 당국은 “모두 목표에 명중했다”고 부인했다.

한편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존 케리 국무장관이 러시아 외교장관과 통화하며 IS가 아닌 단체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에 우려를 표했다”라며 “순항미사일 오폭에 대한 보도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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