벵가지 발언 논란 이후 …소수 강경파의 반대 커져
온건ㆍ주류 세력이 일부 보수 강경파를 제어하지 못하면서 미국 공화당이 내분과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존 베이너 의장 뒤를 이을 미국 차기 하원의장으로 유력시됐던 케빈 매카시(캘리포니아)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가 8일 경선 포기를 선언했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경선 투표 직전 동료 의원들에게 자신은 적임자가 아니라며 출마 의사를 접은 뒤 하원의장 선거를 연기해 줄 것을 공식으로 요청했다. 베이너 의장도 관련 일정을 연기했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폭탄선언’ 이후 기자들에게 “내가 여러분을 좀 놀라게 한 것 같은데 나는 원내대표로는 남아 있을 것이다. 공화당은 새로운 얼굴(차기 하원의장)을 중심으로 단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06년 하원에 진출한 매카시 원내대표는 올해 50세로, 미국 역사상 정계 진출 후 최단기간에 하원의장이 되는 기록을 눈앞에 두고 뜻을 접었다.
매카시 원내대표의 불출마 선언은 자신의 ‘벵가지 특위’ 발언을 빌미로 보수 강경파의 도전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매카시 의원 단독 출마가 예상됐으나, 문제 발언 직후 강경 보수파 지원을 받는 대니얼 웹스터, 제이슨 차페즈 의원 등도 출마를 선언했다. 의회 소식통은 “30, 40명 남짓한 강경파 의원들이 웹스터 의원 지지를 고수할 경우 당선에 필요한 218표를 확보하기 힘들다는 게 매카시 원내대표의 판단인 것 같다”고 말했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모든 이가 힐러리 클린턴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으나, 우리가 벵가지 특위를 꾸린 뒤 달라졌다”며 공화당 주도로 의회에 구성된 벵가지 특위가 정치적 의도에 따른 것임을 털어 놓아 논란을 일으켰다. 겉으로는 2012년 9월 리비아 무장집단이 리비아 벵가지 미 영사관을 공격한 사건을 조사하기 위한 중립적 기구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을 겨냥한 위원회라는 걸 자인했다는 것이다.
이 발언 직후 힐러리 선거캠프는 물론 민주당 지도부 전체가 나서 “벵가지 특위는 ‘힐러리 죽이기’를 위한 전위부대”라며 강력 반발하며 특위 폐지를 압박하고 있다.
매카시 원내대표의 낙마로 공화당 주류에서는 폴 라이언(위스콘신) 의원이 하원의장에 나서길 원하지만 본인이 고사하고 있어 공화당의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 등은 “의회 다수당인 공화당이 자체 내분으로 하원의장 조차 선출하지 못하는 지경이 됐다”며 “내년 대선에서 이 정당의 수권 능력에 대한 유권자들의 의구심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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