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책임 강조한 알렉시예비치 작품세계
“나는 집에만 있어요. 나는 장애인이에요. 우체부 아저씨가 우리 집에 오면 할아버지와 내 연금을 가져 와요. 우리 반 애들이 내가 백혈병 걸렸다는 걸 알아냈을 때, 내 옆에 안 앉으려 했어요. 나한테 닿을까 봐 무서워했어요.” (‘체르노빌의 목소리’ 중)
개인 수백 명의 목소리를 채집해 역사의 콜라주를 완성하는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고유의 작업 방식은 그가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2011년에 국내 출간된 ‘체르노빌의 목소리’(새잎)와 공교롭게도 수상일에 맞춰 출간된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문학동네)가 바로 ‘목소리 소설(Novels of Voice)’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알렉시예비치의 대표작이다.
‘체르노빌의 목소리’가 원전사고 피해자 100여명의 목소리를 담았다면,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에서는 2차대전에 직접 참전했던 백만명 넘는 여성 중 200여명의 목소리를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 전장에서 첫 생리혈이 터진 소녀의 생생한 증언은 전쟁을 정당화하려는 정부의 시도를 무력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으로 작용했다.
서평가 로쟈는 “알렉시예비치의 작품이 전통적 의미의 문학작품은 아니지만 노벨위원회가 사회적 문제의식이나 책임의식을 담는 작업에 적당한 주목이 주어져야 한다고 판단을 내린 것 같다”며 “알렉시예비치의 작품은 기록된 사실이 허구적 상상력을 압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사회적인 문제의식을 담은 책을 지속적으로 내는 작업에 정당한 주목이 주어져야 한다는 판단에서 노벨위문학상이 주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작가주의 성향의 작가인 모디아노에게 노벨문학상이 돌아갔는데, 다시 방향이 바뀐 이번 수상은 작가로서의 책임의식이 중요하다는 사인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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