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우리 아들 중필이 恨 이번엔 꼭 풀었으면…"
알림

"우리 아들 중필이 恨 이번엔 꼭 풀었으면…"

입력
2015.10.08 18:22
0 0

사건 18년 만에 법정 선 패터슨은 머리에 젤 바르고 면도하고 나와

피해자母 "진실 밝혔으면 좋겠다" 분통 터트리기도

과거 범인 몰렸던 리의 부친 참관 "아들 곧 법정에 나와 증인설 것"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된 아더 존 패터슨의 재판이 열린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피해자 조중필씨의 어머니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된 아더 존 패터슨의 재판이 열린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피해자 조중필씨의 어머니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에효 떨려서 말이 잘 (안 나와요)… 우리 중필이 한 풀어야 됩니다. 우리 가족 한도 풀어야 하구요.”(이태원 살인사건 피해자 조중필씨의 어머니)

“저희도 괴롭고 힘들지만, 조중필씨 가족이 계시기 때문에 우리가 힘들다, 괴롭다 하는 것 자체도 사치라 생각합니다.”(과거 범인으로 지목됐다가 무죄 선고를 받은 에드워드 리의 아버지)

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대법정에서 1997년 서울 이태원의 한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대학생 조중필(당시 22세)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아더 존 패터슨(36)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패터슨이 최근 미국에서 송환되면서 사건 발생 18년 만에 진행된 재판이었다. 형사합의27부(부장 심규홍) 심리로 열린 재판에는 150여석의 방청석이 가득 들어차 이 사건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짐작케 했다.

처음 범인으로 지목된 에드워드 리의 아버지가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처음 범인으로 지목된 에드워드 리의 아버지가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이날 법정에 참석한 조씨의 부모, 그리고 패터슨의 친구이자 과거 범인으로 몰리기도 했던 에드워드 리(36)의 아버지 이모(61)씨의 감회는 남달랐다.

검찰이 공소사실을 읽으며 조씨가 살해당한 과정을 설명하자, 조씨의 어머니는 눈을 지그시 감고 고개를 떨군 채 움직일 줄 몰랐다. 조씨의 아버지는 괴로운 듯 한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가 천장을 보길 반복했다.

조씨의 어머니 이복수(73)씨는 재판 이후 “미국은 자기네 죽은 국민은 송장도 찾아가는 나라인데 (사건 발생 후 패터슨을) 범인이라고 한국 검찰에 넘겼고, 18년 만인 이번에도 한국으로 보내줬다”며 “이번에는 재판을 공정하게 잘 받아 꼭 밝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날 법정에서 패터슨과 패터슨의 변호인이 무죄를 주장한 데 대해서는 “어처구니 없다” “화가 나서 가슴이 떨린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씨는 지인의 어깨를 빌어서야 걸음을 옮기고, 목소리도 가늘게 떨렸지만 발음만은 또렷했다.

에드워드 리의 아버지 이씨는 “패터슨과 변호인이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어떻게 대처할지 생각하기 위해 재판을 보러 왔다”고 말했다. 리는 과거 살인 혐의는 무죄가 선고됐지만, 패터슨의 살인을 방조하거나 도운 사실상 공범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씨는 아들이 곧 재판의 증인으로 나설 예정임을 알린 뒤 “억울한 거 이야기 하자면 2박3일 동안 이야기해야 할 정도”라고 했다. 그도 “미국이 자국민을 범죄인으로 인도했을 때는 혐의가 있기 때문”라며 “이번 기회에 진실이 밝혀져 피해자 가족의 원통함을 풀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앞서 7일 본보와 인터뷰에서 당초 에드워드 리가 덩치가 커서 지목됐던 데 대해 “코미디다. 소변 보면 구부리고 고개 숙이지 않나. 조중필씨가 176cm, 패터슨이 172cm다. 벽 보고 있던 사람이 당한 건데 저항 흔적이 없다고 덩치 큰 사람이 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당시 거짓말 탐지기 결과에 대해서도 “에드는 한국말도 못하는데 조사관이 한국말로 바로 질문했다. 반면 패터슨은 통역을 거쳐 대답했기 때문에 답하는 데 여유가 있었는데도 검찰이 이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피고인석에 선 패터슨은 별다른 불안감과 긴장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카키색 수의를 입고 재판부에 ‘한국식’ 목례를 건넸고, 젤을 발라 세운 검고 짧은 머리 스타일과 깔끔하게 면도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이달 22일.

김관진기자 spiri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