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 보도…개각의 '흥행카드'로 쓰려던 아베 '퇴짜' 맞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 총리의 아들 신지로(進次郞)가 지난 7일 단행된 개각을 앞두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입각 제안을 거절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8일 보도했다.
올해 34세의 중의원 3선인 고이즈미 신지로(이하 고이즈미)는 재임 시절 높은 지지율을 누렸던 아버지의 후광 속에 '차세대 총리감' 소리를 들을 정도로 대중적 인기가 있는 일본 정가의 '아이돌'이다. 아베 총리는 정권의 요인 9명을 유임시키는 등 안정을 지향한 이번 개각의 '흥행성'을 높일 '깜짝 카드'로 고이즈미를 낙점했던 것이다.
닛케이에 의하면, 아베 총리는 지난달 고이즈미에게 "가능하면 내각에 들어오면 좋겠다"며 제안했지만, 고이즈미는 "아직 너무 이르다"고 답했다. 아베 총리는 이후 정부 고위 관리를 통해 총리 보좌관 자리로 '수정 제안'을 했지만 고이즈미는 "아직 총리 관저에 들어가기는 이르다"고 재차 거절했다.
아베 총리의 제안을 거절한 뒤 고이즈미는 9월말 강연에서 입각에 대해 "그런 일은 없다"며 "아직은 걸레질을 할 기간(자신을 더 가다듬어야 할 시간)"이라며 공개적으로 입각 가능성을 부정했다.
이에 대해 닛케이의 취재에 응한 한 각료 경험자는 "고이즈미가 총리로부터 도망친 셈"이라고 말했다.
고이즈미는 이미 재작년 9월 아베 총리에 의해 내각부 정무관 겸 부흥담당 정무관(차관급 정무직)으로 발탁돼 정부에 몸을 담아왔다.
그런 고이즈미가 굳이 입각을 거절한 것은 자신이 내년 7월 참의원 선거용 '치어리더' 정도로 소모되는 상황을 우려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또 아베 정권은 각종 선거에서 압승하며 연전연승하고 있지만 최근 집단 자위권법 강행처리 과정에서 여론의 심각한 반대를 힘으로 돌파하면서 상당한 '내상'을 입었다. 그런 만큼 고이즈미로선 지금 정권의 핵심부에 들어가는 것보다 '주변부'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고이즈미가 지난달 30일 강연에서 집단자위권 법제화 과정에서 보인 아베 정권의 태도를 강도높게 비판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고이즈미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전 총리도 자신의 '정치제자'격인 아베 총리와의 관계가 미묘하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아베 정권의 원전 재가동 정책에 강하게 반대하며 작년 도쿄 도지사 선거때 '탈 원전'을 내건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전 총리의 선거운동을 주도한 바 있다. 당시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현 지사를 민 아베 총리와 '대리전'을 치른 격이었다.
한편, 아베 총리는 고이즈미 입각 카드가 무산되자 이미 2012년 12월 2차 아베 내각 출범 직후 행정개혁 담당상으로 발탁했던 측근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을 문부과학상에 기용하려 했지만 그 역시 무위로 끝났다.
이나다가 경제산업상 자리를 희망하면서 조정이 진행되던 중 이나다의 소속 파벌이자 아베의 출신 파벌인 호소다(細田)파로 이나다의 입각 추진 사실이 전해지자 "(이나다를) 너무 후대한다", "서둘러 입각설을 취소하지 않으면 당이 버틸 수 없다"는 등의 거센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결국 아베 총리는 이나다의 입각을 타진한지 일주일 만에 단념해야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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