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폐막하는 세계군인체육대회가 예산절감을 통해 저비용ㆍ고효율 구조로 운영되면서 국내에서 치러지는 국제대회의 새로운 전범을 만들고 있다. 통상 국제규모의 체육행사를 개최하려면 시설 건설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어야 한다. 하지만 세계군인체육대회는 군 시설과 인력, 기존 경기장, 자원봉사요원 등을 최대한 활용, 예산을 대폭 줄였어도 벌써 성공적 대회로 마무리되리라는 평가를 받는다.
117개국 7,100명이 참가하는 메이저급 국제체육행사인 이번 대회 예산은 1,555억 원에 불과하다. 인천아시안게임(2014년 9∼10월·45개국 1만3,800명·2조2,000억 원)의 7.6%, 광주유니버시아드(2015년 7월·146개국 1만3,000명·6,190억 원)의 25% 정도다. 문경의 국군체육부대 시설을 활용하는 외에, 인근 8개 도시의 기존 경기장 시설을 충분히 이용하도록 했다. 비용 부담이 큰 선수촌도 영천 3사관학교와 괴산 군사학교, 문경 선수촌 등으로 분산시켰다. 특히 문경 선수촌은 캐러밴을 활용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통해 시설비를 대폭 절감했다. 캐러밴 350대를 대당 2,650만원에 지어 일반인에게 1,650만원에 분양했다. 결국, 대당 1,000만원의 대여비(총 35억 원)로 숙박 문제를 해결한 셈이다. 분양을 완료했으니 사후 관리비용도 들어갈 것이 없다. 선수들은 캐러밴 생활이 더 운치가 있다며 반기고 있다. 선수촌 아파트를 지을 경우 소요되는 7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줄였다.
군 인력이나 예비역 무관, 퇴직 외교관, 기업, 학생 등의 지원도 큰 힘이 되고 있다. 개막식도 값 비싼 한류스타 공연 대신 태권도, 줄다리기, 군무 등으로 대회 취지에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개ㆍ폐회식도 유료화해 수익모델을 만들었다. 대회 기간 중 방위산업체의 전시회, 현장견학 등에 아프리카 중남미 중동 동남아 국가의 주요 군 인사를 초청, 장기적으로 방산 수출에 대한 부가효과까지 노렸다.
인천아시안게임은 경기장 건설에만 1조7,000억 원을 썼으나 일부 시설은 애물단지로 전락했고, 전남도가 유치한 포뮬러원(F1)은 4년간 2,000억 원에 가까운 적자로 결국 중단됐다. 문제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다. 예산은 13조원까지 불어났고, 대회 후 시설 유지비만 한해 2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원도가 빚더미에 올라앉을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경제적 올림픽’을 치르라는 IOC의 권고와, 대회 분산운영 여론까지 외면한 결과다. 지금부터라도 세계군인체육대회의 사례를 참고해 평창올림픽 준비방향을 보다 내실 있게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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