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여름 장마철에 비가 내리는 날이면 강둑 너머 저습지는 메기 천지로 바뀌곤 했는데 물살이 강해지면서 상류에서 떠내려 오는 먹이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렁이 미끼를 끼워 낚시를 던지면 입질이고 뭐고 없이 바로 찌가 물속으로 쑥 들어가, 당겨보면 입속 깊이 미끼를 삼킨 메기가 올라오곤 했다. 한나절 바구니에 메기를 채워 돌아오는 날은 어김없이 어머니의 ‘메기추어탕’을 맛봤다. 남도에서는 미꾸라지뿐만 아니라 다양한 민물고기로 추어탕을 만드는데, 이때 들어가는 독특한 방향의 향신료가 ‘방아’다. 방아는 작고 길쭉한 깻잎처럼 생겼는데, 잘게 썰어 탕에 넣는다. 경상도에서 자란 사람은 아련한 추억의 맛이고, 타지 사람은 경상도를 여행하다 우연히 경험하는 맛이다.
방아(배초향)는 방하(芳荷)에서, 방하는 박하(薄荷)에서 나온 말이다. 방아는 꿀풀과 식물에 속하는데, 어원으로만 본다면 방아는 우리나라 토종 박하라 할 수 있고, 박하(mint)는 세계적으로 분포하는 방향성 꿀풀과 식물들의 대표 명칭이라 할 수 있다.
박하(Mentha arvensis var. piperascens)는 꿀풀과 여러해살이풀로, 잎을 손으로 비벼 코에 대면 시원한 향이 퍼진다. 박하의 신선한 잎에 포함된 멘톨(menthol)이라는 정유성분 때문이다. 멘톨은 우리 귀에 익숙한 만큼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데, 치약 과자 사탕 향료 화장품 담배 등 일상 생활용품에서부터 진통제 흥분제 건위제 등 약용으로도 널리 쓰인다. 박하를 뜻하는 민트는 희랍신화에 나오는 님프 멘타(Mentha)에서 유래한다. 멘타는 지하세계의 왕 하데스의 사랑을 받았는데, 하데스의 처 페르세포네의 질투로 박하풀로 변했다고 한다. 민트는 박하뿐만 아니라 스피어민트, 페퍼민트 등 향이 나는 다양한 꿀풀과 식물들을 지칭하는데, 일반적으로 허브식물을 총칭하기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풍열(風熱)을 발산하는 약으로 응용한다. 풍열은 감기와 비슷하면서 열이 나고 머리 눈 코 구강 인후 등 인체 상부의 염증이 함께 나타나는 증상이다. 맛이 맵고 성질이 찬 박하는 강한 방향과 박하유(薄荷油)의 휘발성으로 소량만 복용해도 중추신경을 자극하면서 모세혈관을 확장해 땀의 분비를 촉진하고 해열한다. 풍열을 땀으로 풀어주는 것이다. 단, 박하는 성질이 차서 갑자기 발생한 열과 같은 실열(實熱)이나 평소 열이 많은 사람에게는 적합하지만, 허열(虛熱)이거나 몸이 냉한 사람인 경우 설사를 하거나 몸이 차가워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박하차도 몸이 냉한 사람보다는 평소 더위를 많이 타거나 열이 많아 다혈질인 사람에게 적합하다. 특히 눈이 자주 충혈 되거나 비염으로 코가 막히고 노랗고 짙은 콧물이 나오면서 콧속이 뜨거운 경우, 머리가 맑지 않고 두통이 잦은 경우에 좋다. 또한 식도로 위산이 역류되는 인후통, 소화가 덜된 음식물에 의한 구취 등을 가라앉힌다. 박하는 다른 허브 식물에 비해 시원하고 상쾌한 향기가 강해 스트레스 해소에도 탁월하다.
박하는 우리나라 각지에서 재배되는데, 차를 만들 때 주로 잎을 사용하므로 친환경 박하를 사용해야한다. 또한 오래 달이면 향과 약성이 다 날아가 버리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래서 박하차는 침출차로 마시는데, 찻잔에 건조한 박하 2g을 넣고 따뜻한 물을 부어 약 2분 정도 우려내기만 해야 한다. 박하의 휘발성 때문에 오래 우리면 안 된다. 시원한 박하차를 원한다면 찬물에 침출해도 좋다. 이때 탄산수를 섞으면 더욱 상쾌하고 청량감이 있다. 단맛을 선호해도 꿀을 넣지 않고 깔끔함 맛 그대로 즐길 것을 권한다.
허담 옴니허브 대표ㆍ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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