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오디세이] 출세작 '색,계' 등 출연작들, 비극·무협 불문
올 가을에도 로맨틱 영화로 돌아와
사랑 찾아 伊로 떠나는 '온리유'
스크린에 낭만을 물들일 만하다. 기다란 머리카락을 늘어트리고 머플러를 두른 채 트렌치코트를 날리는 모습만으로도 로맨틱하다. 15일 개봉하는 중국영화 ‘온리유’는 중국 배우 탕웨이의 매력을 온전히 활용하려 한다. 이탈리아 밀라노와 피렌체의 풍광을 캔버스 삼아 탕웨이의 달콤한 면모를 색칠한다. 점쟁이의 예언을 맹신하는 여자 주인공 팡유안(탕웨이)이 이탈리아로 날아가 진정한 사랑을 찾게 된다는 서사 전개는 공감하기 어려우나 탕웨이의 매력을 거부하기도 어렵다. 가히 로맨스를 부르는 가을의 여신, 탕웨이(36)답다.
10일 폐막되는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탕웨이에게 쏟아지고 있다. 50대 이상 남자들에게는 아직 설레는 이름인 독일 여배우 나스타샤 킨스키도, 첫 방한한 할리우드 배우 하비 케이틀도,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여우조연상을 받은 ‘설국열차’의 틸다 스윈튼도 탕웨이를 향한 환호를 넘지 못했다. 9일부터 영화제 공식 행사에 참여할 1980년대 ‘책받침 스타’ 소피 마르소만이 탕웨이에 대적할 만하다는 게 영화제 관계자의 전언이다. 부산영화제는 탕웨이의 출연작 두 편(‘세 도시 이야기’와 ‘화려한 샐러리맨’)을 올해 초청했다.
탕웨이는 배우 이력의 시작부터 낭만을 품었다. 데뷔작인 ‘탕웨이의 투캅스’(2004)에서 변호사와 티격태격 사랑을 나누는 초보 교통경찰을 연기했다. 출세작인 ‘색, 계’(2007)에선 자신이 처단해야 할 매국노와 사랑에 빠져 비극적 최후를 맞이하는 젊은 여대생이 됐다. 김태용 감독과의 연을 이어준 ‘만추’(2011)도 서러운 사랑에 대한 영화였다. 무협영화 ‘무협’(2011)과 액션영화 ‘스피드 엔젤’(2013) 등에도 출연했으나 탕웨이는 매번 낭만으로 소환되고 있다. 요절한 중국의 여성 천재작가 샤오홍의 삶을 옮긴 ‘황금시대’에서도 그는 사랑에 살고 사랑에 죽는 여인에 몸을 내줬다. 사랑에 속으면서도 사랑을 믿은 샤오홍의 짧은 인생은 관객들의 마음에 스산하고 강렬한 가을 기운을 전한다.
스크린 밖 탕웨이의 이미지는 낭만을 더 부풀린다. 탕웨이는 ‘만추’로 연을 맺은 김태용 감독과 지난해 8월 결혼했다. 스웨덴 한 섬의 레스토랑에서 몇몇 지인들의 축복 속에 혼례 아닌 혼례를 치렀다. 결혼식 모습을 목격한 스웨덴의 한 영화평론가가 찍은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돌다가 한국에 알려지면서 두 사람의 낭만적인 사랑은 공식적인 결실을 맺었다. 김 감독과의 결혼으로 ‘국민 며느리’라는 별명이 붙었으나 중국배우가 지닌 이국성은 여전하다. 탕웨이는 중국영화 촬영으로 한국에 머무는 시간이 길지 않다. 친밀감과 신비감을 동시에 지니며 낭만적인 인물로서의 가치를 잃지 않는다.
탕웨이에 대한 국내 대중의 사랑은 전형적이지 않은 그의 아름다움에서 비롯됐다. 미인인데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선한 외모로 남성 관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온리유’에서 팡유안(탕웨이)에게 마음을 빼앗긴 남자 펑날리(리아오판)는 “예쁜 얼굴은 아닌데 이상하게 마음이 끌린다”며 구애한다. 충무로 영화투자배급사 NEW의 박준경 마케팅본부장은 “탕웨이는 화려한 이미지를 지닌 배우가 아니라 볼수록 마음을 사로잡는 얼굴을 지녔다”며 “남자들은 그의 얼굴에서 아련한 꿈을 발견하고 여자들은 호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김 감독과의 로맨스, ‘색, 계’로 얻은 인기에 힘입어 한국에서 가장 사랑 받는 중국어권 배우가 됐다”고 덧붙였다.
탕웨이의 낭만 행진은 계속 이어진다. 로맨스가 완연한 ‘세 도시 이야기’와 ‘화려한 샐러리맨’이 개봉을 앞두고 있고 또 다른 로맨스영화 ‘시절인연2’가 촬영 중이다. 낭만의 여신은 낭만의 화신으로 진화하고 있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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