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위생 및 학대 논란이 끊이지 않은 공혈견(供血犬·본보 9월24일자 27면), 공혈묘(供血猫)의 관리체계 법제화 추진에 나섰다. 공혈견(묘)은 다른 동물의 수혈용 혈액 채취를 위해 사육되는 동물로, 그동안 사육ㆍ시설 기준 등이 마련되지 않아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우선 공혈견(묘)의 관리와 관련해 동물보호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최근 법률 자문을 의뢰했다고 8일 밝혔다.
현행 동물보호법 제8조 2항 2호는 ‘살아 있는 상태에서 동물의 신체를 손상하거나 체액을 채취하거나 체액을 채취하기 위한 장치를 설치하는 행위’를 학대 행위로 규정해 금지하고 있다. 이를 그대로 적용하면 공혈견(묘)의 혈액 채취 행위는 물론 사육 자체가 불법이 된다. 그러나 해당 조항에서는 ‘질병의 치료와 동물실험’ 등을 예외로 두고 있어 달리 해석할 여지가 있다. 더구나 반려동물 치료를 위한 혈액 공급을 전담하고 있는 공혈견(묘)의 사육을 금지할 경우 파장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동물단체 카라의 법적 자문을 맡고 있는 서국화 변호사는 “법 문언으로는 해당 조항을 공혈견에 적용할 수 있다고 보지만 현실적으로 형사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공혈견의 혈액 채취는 다른 동물의 치료 목적인 만큼 형법이 정하는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동물보호법에 정통한 정이수 변호사도 “체액에 혈액이 포함되기는 하지만 해당 조항은 곰 쓸개즙이나 사슴 피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공혈견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두 변호사는 공혈견을 학대 예외 규정에 포함시키되 하위 법령에 세부기준을 정해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농림부도 공혈견을 학대 예외사유에 넣고 사육 기관의 시설, 운영 기준을 고시로 정해 이를 위반한 경우 처벌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편 한국동물혈액은행은 논란이 된 공혈견 사육장 환경을 점진적으로 개선하고 잔반을 끓여 제공하던 것을 사료로 바꿀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공혈견 대신 헌혈견을 활성화하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지만 급증하는 수혈 수요를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김휘율 건대 수의대 교수는 “헌혈견만으로는 필요한 혈액을 충당할 수 없다. 혈액은행을 폐쇄하기보다는 법제화를 통해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공청회 등을 통해 헌혈견 해법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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