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산드로 멘디니 DDP서 개인전
“현대인의 삶은 테크놀로지 속에 묻혀 있는 삶입니다. 그 속에서 제가 디자인한 오브제로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좋은 기분을 불어넣고 싶습니다. 인간적인 면을 배려하고, 인간과 함께 할 수 있는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이탈리아의 ‘벨 디자인(Bel design)’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84)가 9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전시관에서 개인전 ‘디자인으로 쓴 시’를 연다. ‘벨 디자인’이란 기능주의ㆍ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제시된 ‘굿 디자인’에 대항하기 위해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인간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새로운 디자인 개념이다. 멘디니는 “디자이너는 기능을 부정할 수 없다”면서도 “그 가운데서 나는 항상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는 유토피아를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멘디니는 이를 위해 예술 작품, 특히 회화를 참고한다고 했다. 조르주 쇠라와 폴 시냑의 점묘법을 차용한 ‘프루스트 의자’가 그의 대표작이다. 고전적인 18세기 양식의 의자 위에 수많은 점을 찍어 팝 아트의 느낌을 더했다. ‘프루스트 의자’가 많은 사랑을 받자 멘디니는 본래 전공인 건축에도 점묘법 스타일을 적용했다. 1994년 친동생인 건축가 프란체스코 멘디니와 협업해 디자인한 네덜란드 흐로닝언 박물관이 대표적이다. 멘디니는 “어려서부터 유럽 현대 회화를 즐겨 봤다”며 “건축이나 디자인을 하고 있지만 스스로 회화를 그리고 있다고 느낄 때가 많다”고 했다.
멘디니의 작품 중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안나 G(Anna G)’ 와인따개다. 이 역시 간결하고 가볍게 만들어진 와인따개들과 달리, 꼭대기에 사람 얼굴이 달려 있고 양 팔을 움직여 와인을 따는 ‘인간적인’ 디자인으로 깊은 인상을 준다. 멘디니는 “이미 제품화된 디자인에는 제품 스스로의 갈 길이 있다”면서도 “그 당시 사람 형상으로 와인 따개를 만든 것은 처음이었고, 움직임이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을 것”이라고 자부심을 보였다.
멘디니는 1931년 이탈리아 밀라노 출생으로 1959년 밀라노 폴리테크니코대학 건축학부를졸업하고 1970년부터 건축 디자인 전문지 기자로 일하면서 디자인을 연구했다. 국제적인 권위를 지닌 이탈리아 디자인상 황금콤파스상(Compasso d’Oro)을 세 차례 수상했다. 현재 동생 프란체스코와 함께 ‘아틀리에 멘디니’를 운영 중이다. 84세의 나이에도 활동 중인 그는 “배가 쓰러지지 않는 한 인생은 계속 간다”며 “내가 하는 일들이 나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면 일을 계속할 것”이라 말했다. 그는 “이 전시가 보는 이들에게 ‘아, 행복하다’라는 느낌을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유해린 인턴기자(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3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