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일가족 3명 숨진 채로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7일 오후 이모(58)씨와 그의 아내 김모(49)씨, 고교생 딸(16) 등 3명이 집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얼굴에 비닐봉지를 뒤집어쓰고 등 뒤로 손을 묶은 상태였고 목과 무릎, 발목 등도 헝겊 끈으로 묶인 채 거실에 누워 숨져있었다. 아내와 딸은 각각 안방 방바닥과 침대 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 모두 외상이나 저항의 흔적이 없었다.
앞서 이씨는 전날 아내의 조카(28)에게 등기우편으로 자살을 암시하는 편지를 보냈다. 경찰은 이날 오후 2시15분쯤 조카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A4용지 6장 분량의 편지에는 “아내가 나를 속이고 돈을 많이 써 집이 어려워졌다. 일가 친척들이 빚 문제를 해결해 달라” 등 생활고와 아내에 대한 책망이 상당 부분 들어가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안방 책상 위에는 신용카드와 임대차 관련 서류가 놓여져 있고 벽에는 깔끔하게 정리해달라는 취지의 메모가 발견됐다. 또 이날 오전 시험기간에 등교하지 않아 딸의 담임이 이씨와 통화를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시신의 상태 등으로 미루어 이씨가 약물 등을 이용해 아내와 딸을 살해하고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손목이 느슨하게 묶인 점 등으로 미뤄 자살하는 사람이 주저하지 않으려고 이 같은 수단으로 쓴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들은 올해 1월 이사온 아내 김씨가 자궁암 말기이고 걷기 힘들 정도로 아파 자주 119를 이용해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전했다.
경찰은 8일 이들의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정확한 사인을 확인할 예정이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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