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전 세계 35개국의 원자력발전소 운영사 126개가 참여하고 있는 세계원전사업자협회(WANO)의 새 수장이 됐다. 한국인으로서는 최수병 전 한국전력 사장에 이어 2번째, 한수원 사장으로서는 처음이다.
조 사장은 7일(한국시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WANO 총회와 신임 협회장 취임식에 참석해 “원전 안전에 대한 운영사와 일반 대중의 인식 사이에는 여전히 큰 차이가 존재한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향적 정보공개와 권역별 안전공조를 강화하는 방안을 회원사들과 함께 적극 모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후 원자력 안전이 개별 국가가 아닌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문제라는 인식이 운영사들 사이에 확산됨에 따라 1989년 WANO가 설립됐다. 지난 25년 동안 WANO는 서로의 원전을 교차 점검하고, 각종 사건ㆍ사고를 비롯한 운영경험 공유, 기술지원이나 운영지침 개발 등 다양한 교류 활동을 펴왔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엔 12가지 공동 후속조치를 마련해 지금까지 10가지를 완료했다. 하지만 최근 점검의 객관성, 사용후핵연료(원전에서 전기 생산 후 남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등 원전 폐기 문제 외면, 선진국 중심 운영 등 여러 측면에서 한계가 지적됐다.
이를 해결하고자 조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회원사들에게 “안전 관련 정보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폐로(원자로 폐기)와 사용후핵연료 문제에 대해 적극 대응하며, 개발도상국들의 안전한 원전 운영을 돕자”고 강력하게 제안을 했다. 회원사들에게서 이 같은 활동을 선제적으로 이끌어내야 원전 안전에 대한 신뢰가 쌓여 장기적으로 원자력산업이 발전한다는 게 조 사장의 신념이다. 특히 WANO의 안전점검은 “자사 원전의 약점과 세계 공통의 문제 등을 회원사들끼리 솔직히 드러내고 풀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규제기관의 점검과 별도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총회 전날 현지 한 식당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발전용량 기준 세계 6위 국가, 운영호기 기준 3위 원전 운영사이면서 WANO 안전점검 성능지표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와 한수원의 국제 위상을 고려하면 리더 역할에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도 강조했다. 예를 들어 “성능지표 항목 중 하나인 원전 한 호기당 연간 불시정지 건수가 우리나라는 지난해 0.25~0.26에 머물고 있는데, 이는 프랑스와 미국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이번 WANO 협회장 선거에 조 사장은 단독 출마해 표결 참가사들 중 70% 이상에게 찬성표를 얻어 당선됐다. 출마 후보 선출 과정에서 함께 경합한 파키스탄은 출마를 강력히 희망했으나, 원전 운영 규모와 경험 등 여러 면에서 한국에 밀렸다는 후문이다. 조 사장은 “100%의 완벽함을 계속 추구해야 한다는 점에서 원전 안전은 끊임없는 숙제”라며 “앞으로 임기 2년 동안 WANO 설립의 본래 목적인 원전 안전 극대화를 선도하겠다”고 약속했다.
토론토(캐나다)=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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