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을 먹다가 TV를 켰다. 지난밤 펼쳐졌던 유럽 축구 재방송. 응원하던 팀이 진 경기였다. 잠깐 보다가 채널을 돌렸다. 뉴스채널.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집안싸움 하느라 붉으락푸르락 야단도 아니었다. 숟가락이라도 집어 던질 심사가 돼 다시 채널을 돌렸다. 아침드라마가 방영되고 있었다. 젊은 남자도 젊은 여자도 그쪽으론 과문한 나로선 처음 보는 탤런트였다. 탤런트답게 다들 훤칠하고 예뻤다. 그런데 내용은 당쟁 못잖게 붉으락푸르락. 대충 훑어보니 그 역시 사업과 관련한 집안싸움. 애욕과 분노와 절망과 배신이 뭉텅이로 섞인, 싸구려 횟집 서더리탕 같은 내용이었다. 서너 명 등장하는 여주인공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끔찍했다. 서양 영화 캐릭터에 빗대자면, 집착과 심술이 굳은살로 짜부라진 미저리 혹은 분노와 저주로 짐짓 철부지가 돼버린 처키의 몰골이었다. 그 와중에 체통이고 나발이고 벗어던진 채 덩달아 괴물이 돼버린 중견 배우의 ‘호탕한 열연’이 애처로웠다. 공연히 밥알 씹는 속도가 빨라지고 입맛이 떨어졌다. 그런데도 계속 보게 되는 게 신기했다. 마지막 숟갈질이 끝날 무렵, 드라마도 질긴 엿가락 늘어뜨리듯 다음 회를 알리며 요란하게 끝났다. 미저리와 처키가 피차 눈 부라리며 화면을 불태울 듯 대치한 게 마지막 컷. 명치가 공연히 화끈거렸다. 밥을 먹었는지 똥을 먹었는지 모를 아침이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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