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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게이 청년의 희생 11년 만에… 성소수자 증오범죄예방법 통과

입력
2015.10.0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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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10월 7일 와이오밍대 정치학과 학생 매튜 웨인 셰퍼드(Mathew Wayne Shepard, 1977~1998ㆍ사진)가 라라미시 외곽의 한 울타리에 묶인 채 발견됐다. 구타로 피범벅이 된 그의 얼굴에는 오직 두 줄기 눈물자국만 말갛게 남아 있었다고 한다. 그는 후개골과 관자놀이 골절, 뇌간 손상으로 수술을 받았으나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닷새 뒤 숨졌다. 향년 21세. 그는 게이였다.

피의자는 술집에서 만난 두 청년 애런 매키니와 러셀 헨드슨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그들은 동성애 차별주의자로 셰퍼드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함께 술을 마신 뒤 집에 데려다 준다며 차에 태워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둘에게는 99년 4월과 11월 각각 감형이 불가능한 종신형이 선고됐다.

셰퍼드의 장례식장과 재판정 바깥에서는 웨스트보로 침례교회 교인들이 지옥을 운운하는 반 동성애 피켓을 들고 맹렬한 시위를 벌였고, 셰퍼드의 친구들은 하얀 천사 복장을 하고 광기의 그들을 말없이 에워싸는, 이른바 ‘앤젤 액션(Angel Action)’을 벌였다.

미국의 증오범죄 피해자 보호법은 1968년 마틴 루터 킹 목사 피살을 계기로 제정됐다. 하지만 인종과 피부색, 종교, 국적 등의 항목만 인정됐고 성 소수자는 보호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다. 99년 와이오밍 주 의회는 성소수자를 포함시킨 증오범죄예방법 제정을 추진했으나 표결에서 부결됐고, 연방법 역시 하원을 통과하지 못했다. 2007년 ‘매튜 셰퍼드법’이 상ㆍ하원을 통과했지만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되기도 했다.

법이 통과된 것은 셰퍼드가 숨진 지 11년이 지난 뒤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10월 21일 ‘매튜 셰퍼드-제임스 버드 주니어 증오범죄 금지법안’에 서명했다. 제임스 버드 주니어(James Byrd Jr, 1949~1998)는 텍사스의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백인 우월주의자들에 의해 98년 6월 7일 살해됐다. 셰퍼드의 부모 데니스와 주디 셰퍼드는 98년 ‘매튜 셰퍼드 재단’을 설립, 성 소수자 특히 청소년 성소수자 권익운동에 앞장서 왔다. 데니스 셰퍼드는 “자녀에게 다양성을 포용하도록 가르치지 못한다면 당신은 실패한 부모”라고 말했다.

동성애자 인권운동가 존 스톨튼버그(John Stoltenberg)는 2014년 10월 가디언 인터뷰에서 “매튜가 살해되기 전 20여 년 동안의 비극적 삶을 무시한 채 그의 죽음만을 부각해 동성애자 인권운동의 상징으로 앞세우는 것은 이 사회의 다른 젊은 동성애자들을 돕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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