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구조조정회사로 새출발
본부 1곳 신설하고 3, 4명 증원… 조직 확대 규모 소폭에 그쳐
기존 출자한 6개 은행 외에 산은 등 국책은행이 주주 합류
"민간 주도 당초 취지 퇴색" 지적
이르면 이달 말부터 구조조정전문회사로 거듭나는 부실채권 전문회사 유암코(연합자산관리)의 새출발을 앞두고 기대보다 우려의 시각이 커지고 있다. 조직 확대 규모가 소폭에 그치는 데다 추가 자금 확보를 대부분 국책은행에 의존하는 등 시장 주도의 고강도 기업 구조조정 업무를 전담하는 조직이란 애초의 정책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우려다. 기존에 국책은행이 주도해온 구조조정 업무의 일부를 분담하는 정도의 역할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은행권과 연합한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이달 중 유암코 확대 개편안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앞선 지난달 17일 금융위는 은행연합회의 의견을 받아들여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설립 계획을 백지화하고, 유암코를 확대 개편해 구조조정 업무를 맡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유암코의 조직 개편 방향은 당초 투자본부와 투자지원본부, 경영지원본부 등의 신설이 검토됐지만, 투자지원본부만 기존의 조직에 추가하기로 했다. 현재 경영지원부와 투자사업본부를 총괄하는 사업부와 부실채권(NPL) 투자 등을 책임지는 자산관리본부 등 총 2개 사업부에 구조조정 전담 사업부가 새로 추가되는 것이다.
유암코는 전날 이 조직을 이끌 구조조정 담당 임원을 공모하기 위해 모집공고를 내는 한편 본부의 전담 인력을 2~3명으로 한정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구조조정전문회사로 변신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본부 하나가 추가되고, 인력이 3~4명 늘어나는 수준이라는 얘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사업 초기인 만큼 업무가 늘어나면 인원을 추가할 수 있지만 출범 단계부터 인원을 늘려놓을 필요는 없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암코가 새로 맡게 될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경험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일한 발상이란 지적이 나온다. 유암코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증한 은행권 부실채권을 처리하기 위해 2009년 6개 은행이 출자해 설립한 부실채권 전문회사다. 그간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중인 채권을 처리하는 역할은 했지만, 이 채권을 직접 사들여 구조조정을 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금융위가 최근 유암코의 구조조정 우수사례로 지목한 ‘세하’의 경우도 채권은행의 부실을 털어냈을 뿐, 기업 자체의 체질 개선이나 실적 향상이 이뤄진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기업구조조정은 산업은행 같은 거대한 조직도 제대로 된 성공 사례가 많지 않을 정도로 어려운 작업”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의 실탄을 확보하기 위해 유암코의 자본금을 확충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우려가 적지 않다. 금융위원회는 유암코의 자본금을 기존 1조원에서 1조2,500억원 수준으로 늘리기로 하고 산은·수은·우리·농협은행 4곳이 추가로 자금을 출자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현재 신한은행, 하나은행, 기업은행의 지분율은 17.5%, 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의 지분율은 15%이다. 개편안은 산업은행이 추가돼 7개 은행이 14%씩의 지분을 갖고 자금 사정이 녹록치않은 수출입은행이 2% 지분으로 합류하는 식이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1,750억원, 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이 250억원씩을 추가로 출자하게 된다. 정부의 직간접적인 영향력 하에 있는 네 곳의 은행만이 추가로 자금 부담을 지게 되는 셈이다.
정부가 시중은행들의 위험 회피로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별도의 전문회사를 설립하려 했던 점을 감안하면 ‘민간 주도’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유암코의 개편 방안을 보면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만을 대상으로 하고, 대기업은 기존대로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국책은행의 부담을 일부 분산했다는 의미는 있지만,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했던 당초의 계획과 비교하면 ‘용두사미’가 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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