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미디어데이
"산 정상에서 아름다운 경치만 보다가 내려오니 춥기만 하더라."
고희진(35ㆍ삼성화재)이 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 베르사이유홀에서 열린 NH농협 2015-2016시즌 V리그 남자부 미디어데이에서 지난 시즌 우승을 놓친 데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임도헌 삼성화재 감독과 함께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석한 그는 자신을 류윤식(26ㆍ삼성화재)으로 호명한 사회자의 실수에 "윤식이가 아니라서 죄송하다"고 받아치며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했다. 그러나 그는 "팀이 오랫동안 정상에 있었다. 내려오니 춥더라. 비시즌 동안 마음을 추스르려 노력했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지난 시즌 우승팀은 8연패를 노리던 삼성화재가 아니라 막내구단 OK저축은행이었다. OK저축은행은 V리그에 합류한 지 불과 두 시즌 만에 우승의 기적을 일궈냈다.
임 감독은 "정상에 자리해 있다가 이번 시즌은 도전자의 입장에서 시작하게 됐다. 선수들이 비시즌 동안 준비를 많이 했다. 나도 젊은 감독으로서 패기 넘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 응원해달라"고 각오를 밝혔다.
임 감독은 올 시즌 리그 판도를 '3강 4중'으로 예상했다. 그는 "우승후보는 OK저축은행과 대한항공, 현대캐피탈이다. 나머지는 '4중'이다. 전력은 그리 차이 나지 않는다. 장기레이스다. 절제하면서 팀워크를 잘 다지는 팀이 결승에 올라가지 않을까 한다"고 전망했다.
OK저축은행이나 삼성화재 외에도 대한항공을 우승후보로 분류하는 감독들이 많았다. 이에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은 "대한항공이 우승후보라고들 하시는데 감사하다.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다. 하지만 다 엇비슷한 전력이다. 선수들의 그날 컨디션에 따라 승부는 바뀔 수 있다"고 겸손해했다.
각 구단 감독들은 우승후보를 꼽으면서도 전력이 평준화됐다며 어떤 팀이 우승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 입을 모았다. 디펜딩 챔피언 김세진 감독은 우승후보를 언급해달라는 질문에 "특정 팀을 꼽기가 어렵다"며 "우리팀이 중간 순위에라도 들어가고 싶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우승팀도 안심할 수 없는 올 시즌이다.
V리그는 오는 10일 경기도 안산 상록수체육관서 열릴 OK저축은행과 삼성화재의 남자부 개막경기를 시작으로 6개월간 대장정에 들어간다. 7개 팀이 참가하는 남자부는 정규리그 6라운드 동안 팀당 36경기를 치른다.
감독들의 지략 대결 외에도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 여부가 성적의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OK저축은행은 우승 주역인 '몬스터' 로버트랜디 시몬(쿠바)이 무릎 수술을 받아 시즌 초반 결장한다. 시몬의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중요하다. 삼성화재는 3시즌 연속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쿠바 특급' 레안드로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와 계약을 해지하고 최근 독일 국가대표 주전 라이트 괴르기 그로저를 영입했다. 이들에 맞서는 대한항공은 마이클 산체스(쿠바)와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한선수(30)를 앞세워 우승을 조준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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