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가 모두 성지로 여기는 ‘바위의 돔’이 있는 예루살렘 구시가지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주민 간의 무력 충돌이 점점 격렬해 지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2000년에 시작돼 6년간 이어진 ‘인티파다’(반 이스라엘 민중봉기)에 이어 제 3의 인티파다 재현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AFP는 6일 “이스라엘 정부가 구시가지에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접근하는 것을 제한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구시가지 성전산(聖殿山ㆍ템플마운트)의 알아크사 사원에서 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이스라엘 경찰간 충돌이 잇따르자 이스라엘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이다. 성전산 역시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의 공동 성지로 대표적 분쟁지역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테러를 예방하고 가해자 처벌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은 구시가지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을 이스라엘인과 여행객, 지역 주민, 학생 및 상점 소유주들로 제한했다.
이에 대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스라엘이 갈등을 확대시키고 있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은 지난달 알아크사 모스크 유혈 충돌에 대해 “우리만 오슬로 협정(이ㆍ팔 평화협정)을 지킬 순 없다”며 인티파다 재현 가능성을 언급했다. 사에브 에레카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 고위간부도 4일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팔레스타인 청년들의 죽음은 2000년 9월 2차 인티파다 촉발 당시를 연상케 한다”고 경고했다.
서안지구에서도 이ㆍ팔 양측의 충돌이 심상치 않다. 5일 베들레헴의 난민캠프에 사는 13세 소년 압델 라만 샤디가 이스라엘군의 총탄에 가슴을 맞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고, 4일에는 서안지구 툴카렘에서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충돌해 팔레스타인 청년(18)이 사살됐다. 3일 밤에는 구시가지에서 한 팔레스타인 학생(19)이 이스라엘 남성 2명을 살해하고 도주하다 경찰 총에 맞아 숨졌다. 이슬람권 구호단체 적신원사에 따르면 서안지구 제닌과 헤브론, 라말라 외곽에서 잇따라 발생한 충돌로 팔레스타인 부상자만 77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피해가 늘어나자 여론도 과격해지고 있다. 팔레스타인정책조사연구센터가 진행한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지’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무장 투쟁’이라고 답한 비율은 지난 7월 36%에서 최근 42%로 급등했다. 또 ‘평화 협정과 관계없이 인티파다가 발생한다면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엔 무려 57%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인티파다가 어쩌면 이미 시작됐을 수도 있다”고 6일 보도했다. 가디언은 그러나 “양측의 폭력 사태가 점점 확산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팔레스타인이 인티파다라는 대규모 사회ㆍ경제적 대가를 또다시 치를 각오가 됐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단서를 달았다.
아랍어로 ‘민중 봉기’를 뜻하는 인티파다는 반 이스라엘 대규모 무장투쟁을 통칭한다. 1차 인티파다는 1987년 가자지구 청년 4명이 이스라엘 군용트럭에 깔려 사망하면서 불붙었다. 5년 반 동안 이어진 민중 봉기로 이스라엘ㆍ팔레스타인 갈등이 세계에 알려졌으며 오슬로 협정으로 마무리됐다. 2차 인티파다는 2000년 이스라엘 극우정치인 아리엘 샤론이 무장 병력과 함께 알아크사 모스크를 방문한 직후 이에 항의하는 팔레스타인 시위대를 이스라엘군이 진압하면서 촉발했다. 두 차례의 인티파다로 팔레스타인 민간인은 5,000여명, 이스라엘인도 1,000여명이 숨졌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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