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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완벽 컨트롤할 수 있을 때만 악보 없이 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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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완벽 컨트롤할 수 있을 때만 악보 없이 지휘

입력
2015.10.0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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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엉덩이를 흔들며 객석이 들썩이도록 양 팔, 아니 온 몸을 휘젓는다. 커다란 풍채를 감당하기 위해 당연히 지휘대 위에 악보는 치운다. 오케스트라 전곡을 통째로 외워 단원을 진두지휘하는 후안호 메나(50)를 보며 관객은 자연스럽게 그의 스승, 첼리 바다케의 떠올린다. 세기의 지휘자 첼리 바다케의 결벽증적인 연습과 이를 통해 ‘뽑아낸’ 정제된 사운드가 후안호 메나의 두 손에서 부활한다.

스페인 출신의 마에스트로 후안호 메나가 BBC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이끌고 한국을 찾는다. BBC필하모닉은 2007년 이후 두 번째, 후안호는 첫 내한 공연이다. 6일 이메일로 만난 후안호 메나는 “나는 음악에 대한 존경, 단원들을 향한 존경, 관객과 소통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는다”고 말했다. “제 스승 첼리 바다케는 어떤 작곡가든 그 작곡가가 의도한 소리의 진정한 그림을 창조해 내는 능력이 있었죠. 오케스트라를 분석하고 화음 분배의 균형을 잡기 위해 끊임없이 일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많은 공부가 됐습니다.”

그가 스승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곡 해석. 2011년 BBC필하모닉 음악감독으로 부임한 후 오케스트라에 감각적인 라틴 색채를 입히고 독일 레퍼토리에 독특하게 접근해 시즌 프로그램 발표 때마다 화제가 됐다. 이 같은 시도에 대해 그는 “세상의 그 어떤 지휘자든 고향의 음악을 지휘할 때 고국에 대한 자부심과 감성이 쉽게 표현되기 마련”이라며 “스페인 음악의 리듬은 아주 명확하고 목관악기의 음색은 따뜻하며, 타악기의 색채는 뚜렷하고, 현악기는 리드미컬하다”고 설명했다. 영국 국영방송 BBC가 보유한 6개 연주단체의 하나인 BBC필하모닉은 2002년부터 수석지휘자를 맡은 자난드레아 노제다, 2011년 부임한 후안호 메나에 의해 재조명돼 1934년 창설 후 80여년만에 신흥 명문 악단으로 떠올랐다.

이번 한국 공연에서는 슈베르트의 교향곡 9번 ‘그레이트’와 베토벤 교향곡 7번, 바이올리니스트 빅토리아 뮬로바의 협연으로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방송교향악단의 특장을 잘 드러내면서 대중에게 친숙한 레퍼토리를 고른 셈이다. 후안호 메나는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제가 콘트롤할 수 있을 때만 악보 없이 지휘한다. 오케스트라 단원과 제가 작품해석에서 동일한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면 악보를 두는 게 안정감을 준다”고 귀뜸했다. 그의 한국 데뷔 무대에는 악보대가 설치됐을까? 이번 공연의 숨은 관전 포인트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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