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청약 최고 87대 1 경쟁률
2년 전 비해 분양가 1억원 넘게 뛰어
실수요자 구입 고려할 만 하지만
시세차익 노린 투자는 위험할 수도
지난달 21일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공공분양 아파트 8ㆍ10-1ㆍ11ㆍ12단지의 청약 결과 총 184가구 모집에 7,052명이 몰리면서 평균 38대 1, 최고 87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됐다. 2년 전 1차 분양 때보다 분양가가 1억원 이상 올라 전용 59㎡는 4억1,000만원대, 84㎡는 5억6,000만원대에 달했지만 과거보다 더 뜨거운 관심 속에 ‘완판’된 것이다. 몸값이 비싸진 마곡지구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 청약이었다.
마곡지구의 집값 상승이 심상치 않다. 2013년 분양 초기만 해도 경기 침체에다 사업 진도가 느린 탓에 미분양과 저조한 계약률로 고전했지만 불과 2년 새 분양권은 1억원 넘게 뛰었고, 전매가 풀리지도 않은 아파트엔 웃돈이 붙어 불법 거래되고 있다.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까지 몰려들면서 공사 현장 주변에는 이동식 중개업소인 ‘떴다방’까지 진을 치고 있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실수요자들이라면 아파트 거래에 관심을 가져도 좋지만,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사람들은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6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마곡지구가 포함된 강서구 마곡동의 3.3㎡당 매매가격은 2013년9월말 1,172만원에서 올해 9월말 1,719만원으로 46.7%나 급등했다. 강서구 아파트 전체 매매가격이 같은 기간 1,240만원에서 1,369만원으로 10.4% 오른 것을 감안하면 상승폭이 4~5배에 달한다.
마곡지구 내 단지들은 오름세가 더 크다. 업계에 따르면 마곡나루역과 가까워 마곡지구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엠밸리 7단지’(지난해 6월 입주)의 전용 84㎡는 최근 시세가 최고 8억원까지 치솟았다. 최초 분양가가 4억1,000만~4억3,000만원 정도였던 걸 감안하면 2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같은 시기 분양했던 주변 단지들도 분양가보다 2억원 이상의 웃돈이 붙은 상태다.
집값 상승이 이처럼 빠르다 보니 전매제한(1년)이 풀리지 않은 단지가 불법 거래되기도 한다. 이 지역에서 중개업을 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올해 1월 현대엔지니어링이 분양한 ‘마곡13단지 힐스테이트 마스터’는 최근 전용 59㎡ 로열층에 1억원의 웃돈이 붙어 손바뀜이 일어나는 등 불법 거래가 종종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뜨거운 열기는 무엇보다 마곡지구의 희소성 때문이다. 마곡지구는 서울시와 SH공사가 강서구 마곡동 일대 3.66㎢에 조성하는 주거ㆍ상업ㆍ업무ㆍ산업복합단지다. 2025년까지 개발 완료 예정인데 지하철 5ㆍ9호선과 공항철도가 지나고, LG그룹과 코오롱, 대우조선해양 등 총 71개 대기업 산업단지가 터를 잡을 예정이다. “산업 단지용으로 나온 토지는 거의 다 팔렸다”는 게 SH공사 측의 설명. 서울에서 마지막 남은 대규모 개발지구라는 타이틀과 올 들어 활발해진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맞물리면서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서울 자치구 중에 임대주택 비율이 가장 높고, 이 탓에 집값이 최하위였던 강서구에서 일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도 미래 가치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전문위원은 “기업 유치가 잘 되고 있고, 인프라 구축 등 마곡지구 개발사업이 상당히 구체화되고 있다”며 “향후 예측된 상주, 유동인구를 보면 현재 이곳의 아파트 공급이 과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마곡지구에는 지난해 6,510가구가 입주했고 올해는 603가구가 입주 예정이다. 몇 년 후에 걸쳐 추가적으로 입주 및 분양(2018년 2,000여가구)을 마치고 나면 이곳에는 총 1만2,030가구가 들어와 살게 된다. 기업체, 상점 등이 들어서면 10여년 후에는 상주인구 18만명, 유동인구만 4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게 SH공사의 예측이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마곡지구 주변 교통이 좋고, 향후 가치가 기대되는 만큼 실수요자라면 장기적으로 아파트 구입을 고려해도 괜찮을 것”이고 말했다.
반면 시세차익을 노린 단기 투자는 금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의견이다. 김규정 위원은 “2년 전 분양 때보다 현재 분양가가 이미 많이 뛰어서 여기에 웃돈을 붙여 팔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고 최근 분양한 것들은 임대주택 비중이 높아 단지의 큰 가격 상승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앞으로 개발이 10년이나 더 남았다는 점, 전체 공급 주택 1만2,000여가구의 50%(6,007가구)가 공공임대나 장기전세주택(시프트)라는 점 등도 고려해야 한다.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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