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아이오와주 최초의 여성 상원의원인 조니 언스트 의원은 2013년까지만 해도 무명 공화당원이었다. 그러나 2014년 중간선거(11월)를 앞두고 그 해 6월 치러진 프라이머리에서 유력 후보였던 마크 제이콥스의 납세 문제가 불거지고, 언스트 의원이 이라크전 참전 여군이라는 사실이 부각되며 본선에 진출할 수 있었다. 본선에서는 현역 하원의원인 민주당 후보의 낙승이 예상됐으나, 여성인 그가 어릴 적 고향 집에서 돼지를 거세할 정도로 활달했다는 일화가 유권자들 사이에 퍼지면서 낙승을 거뒀다.
#. 2008년 2월5일은 공화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프라이머리가 미 전역에서 열린 ‘슈퍼 화요일’ 이었다. 그날 저녁 출구조사가 발표됐을 때 존 매케인 후보는 좌절했다. 공화당 성향 유권자 조사에서 뉴햄프셔(매케인 34%ㆍ롬니 35%), 사우스캐롤라이나(매케인 29%ㆍ허커비 32%)에서 각각 미트 롬니와 마이크 허커비 후보에게 밀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미 클로즈드 프라이머리’와 ‘오픈 프라이머리’ 방식으로 치러진 뉴햄프셔(매케인 40%ㆍ롬니 27%)와 사우스캐롤라이나(매케인 35%ㆍ허커비 23%)에서 민주당 혹은 중도 성향 참가자들의 압도적 지지가 쏟아진 덕분에 최종 개표에서 승리했다.
한국의 정치권에서는 마치 공천권을 유권자에게 돌려줄 가장 완벽한 방안으로 거론되는 ‘오픈 프라이머리’가 미국에서는 그 장단점을 둘러싸고 뜨거운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정당의 후보자 선출과정에 당원과 일반 유권자를 참여시켜 민주성과 개방성을 확대시킴에 따라 언스트 의원 같은 참신한 신예를 발굴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는가 하면, 매케인 후보의 경우처럼 ‘오픈 프라이머리’의 허점을 이용해 상대 정파가 약한 후보를 최종 후보로 만드는 ‘역선택 공작’ 가능성에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리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미 연방정부 차원의 공정선거를 총괄하는 연방선거위원회(FEC)의 앤 레이블 위원장은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정당 기능의 약화를 우려했다. 그는 “내 고향 캘리포니아에서는 ‘오픈 프라이머리’보다 일반 유권자 참여를 확대하고 정당 색채마저 희석시킨 ‘상위 2인 진출방식’(TTVG)이 도입됐는데, 이후 지지 정당에 대한 충성도가 옅어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궁극적 목적이 정권 획득인 정당에서 공직후보자 선출은 중요한 고유 기능 가운데 하나인데, 그 과정에 구성원이 아닌 외부인 개입을 허용하는 게 정당의 기본적 역할을 부정하거나 축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오픈 프라이머리를 채택하면 사실상 두 번의 선거를 치르게 됨에 따라 발생하는 선거비용 폭증도 비판의 대상이다. 같은 민주당 소속의 로 카나 후보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마이클 혼다 의원에 대해 한인사회가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선거자금 모금 운동을 벌이는 것도 TTVG가 상대적으로 많은 선거비용의 투입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소 미국 정치제도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해온 토마스 만 전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정당 개혁 방안의 하나로 ‘오픈 프라이머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정치분야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저서 ‘보이는 것보다 더 나쁘다’(It’s even worse than it looks)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면 일부 급진세력이 전체 판을 흔드는 현상이 약해지고, 최근 하락 중인 미국 유권자의 투표율도 제고하게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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