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휘자는 고향 음악을 지휘할 땐 자부심 묻어나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휘자는 고향 음악을 지휘할 땐 자부심 묻어나죠”

입력
2015.10.06 13:45
0 0
후한호 메나 BBC필하모닉 지휘자.
후한호 메나 BBC필하모닉 지휘자.

큰 엉덩이를 흔들며 객석이 들썩이도록 양 팔, 아니 온 몸을 휘젓는다. 커다란 풍채를 감당하기 위해 당연히 지휘대 위에 악보는 치운다. 오케스트라 전곡을 통째로 외워 단원을 진두지휘하는 후안호 메나(50)를 보며 관객은 자연스럽게 그의 스승, 첼리 바다케의 떠올린다. 세기의 지휘자 첼리 바다케의 결벽증적인 연습과 이를 통해 ‘뽑아낸’ 정제된 사운드는 후안호 메나의 두 손에서 부활한다.

스페인 출신의 마에스트로 후안호 메나가 BBC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이끌고 한국을 찾는다. BBC필은 2007년 이후 두 번째, 후안호는 첫 한국 공연이다. 이메일로 만난 후안호 메나는 “나는 음악에 대한 존경, 단원들을 향한 존경, 관객과 소통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는다”고 말했다. “제 스승 첼리 바다케는 어떤 작곡가든 그 작곡가가 의도한 소리의 진정한 그림을 창조해 내는 능력이 있었죠. 오케스트라를 분석하고 화음 분배의 균형을 잡기 위해 끊임없이 일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많은 공부가 됐습니다.”

그가 스승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곡 해석 부분. 2011년 BBC 필하모닉 음악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오케스트라에 감각적인 라틴 색채를 입히고 독일 레퍼토리를 다루는 데 독특한 접근방식을 취하는 것으로 시즌 프로그램 발표 때마다 화제가 됐다. 이 같은 시도에 대해 그는 “세상의 그 어떤 지휘자든 고향의 음악을 지휘할 때 고국에 대한 자부심과 감성이 쉽게 표현되기 마련”이라며 “스페인 음악의 리듬은 아주 명확하고 목관악기의 음색은 따뜻하며, 타악기의 색채는 뚜렷하고, 현악기는 리드미컬하다”고 설명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가 보유한 6개 연주단체의 하나인 BBC필하모닉은 2002년부터 전 수석지휘자 자난드레아 노제다와 2011년부터 부임한 후안호 메나에 의해 재조명돼 1934년 창설 후 80여년만에 영국의 신흥 명문 악단으로 떠올랐다.

이번 한국 공연에서는 슈베르트의 교향곡 9번 ‘그레이트’와 베토벤 교향곡 7번, 바이올리니스트 빅토리아 뮬로바의 협연으로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첫 데뷔 무대인 만큼 방송교향악단의 특장을 잘 드러내면서도 대중에게 친숙한 레퍼토리를 고른 셈이다. 그는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제가 콘트롤 할 수 있을 때만 악보 없이 지휘한다. 오케스트라 단원과 제가 작품해석에서 동일한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으면 악보를 두는 게 안정감을 준다”고 귀뜸했다. 그의 첫 데뷔 무대에 악보대가 설치됐을까? 이번 공연의 숨은 관전 포인트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