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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굴꾼 기는 전문가… 도굴흔적 보고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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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굴꾼 기는 전문가… 도굴흔적 보고도 몰랐다

입력
2015.10.06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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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꾼들이 경북 경산시 임당동 사적 제 516호 임당동 고분군에서 도굴한 유물들./2015-10-06(한국일보)
도굴꾼들이 경북 경산시 임당동 사적 제 516호 임당동 고분군에서 도굴한 유물들./2015-10-06(한국일보)

나는 도굴꾼 기는 문화재청… 도굴흔적 보고도 몰랐다

지난해 초 도굴ㆍ올해 4월 신고… 문화재청, “80~90년대 도굴”

경북 경산경찰서, 임당ㆍ조영동 고분군 도굴범 일당 4명 구속 3명 불구속

문화재청이 지난해 초 도굴된 경북 경산시 임당동 고분군에 대해 지난 4월 “도굴 흔적이 있다”는 신고에 따라 현장을 조사하고도 “과거 도굴 흔적”이라며 오판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재관리 능력과 현장판단 능력에 심각한 허점을 드러냈다.

경북 경산경찰서는 6일 국가사적 제516호 경산시 임당동ㆍ조영동 고분군과 미지정인 압량면 부적리 고분을 도굴한 혐의(매장문화재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위반)로 박모(65ㆍ골동품상)씨 등 4명을 구속하고 박씨의 지시에 따라 도굴에 가담한 인부 이모(61)씨 등 3명을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 등은 지난해 1, 2월쯤 경북 경산시 임당동 1호고분과 압량면 부적리 4호 고분을 도굴했다. 이들은 곡괭이와 삽 등을 이용해 밤에 6일 가량 무덤을 파헤치며 유물을 훔쳤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주로 임당동 1호고분에서 도굴한 금제귀걸이 2점과 은제 칼 등 7건 38점의 문화재를 압수하고, 부적리 고분에서 도굴해 은닉한 것으로 알려진 금제 귀걸이와 솥단지, 다리미 등의 소재를 추적 중이다.

경찰은 지난 4월 제보에 따라 수사에 착수, 박씨 주도로 범행이 이뤄진 것을 확인했으며, 일부 도굴 문화재는 암암리에 처분한 것으로 보고 유통경로를 정밀 조사 중이다.

이번 수사를 통해 지난 4월 도굴 신고를 받고 현장을 확인한 문화재청 전문가들의 판단은 100% 오판이었음이 확인됐다.

지난 4월 16일 임당동 고분군 현장답사에 나선 고고학자들은 지난해 1, 2월 도굴이 이뤄진 1호분 천장에서 함몰 흔적을 발견하고 문화재청에 신고했다. 문화재청은 전문가를 급파, 현장을 조사한 뒤 “무덤 양 옆에 있는 2개의 도굴갱은 1980~1990년대 뚫은 것으로 추정되며, 최근 천장이 함몰되면서 도굴갱 자취가 드러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불과 1년여 전에 도굴된 것을 30년 전에 벌어진 일로 본 것이다.

4, 5세기에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 임당동 고분군은 2세기쯤 신라에 투항한 압독국 지배자의 후손 무덤으로 추정된다. 매장문화재들은 신라 초기 지배계급의 풍습과 생활상을 물론 당시 사회 문화 경제 기술 양상을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임당동 고분군은 1982년 도굴꾼들이 2호분에서 도굴한 순금제 귀걸이 및 장신구, 은제 허리띠 등의 중요 문화재를 해외로 밀반출하려다 적발되면서 그 중요성이 알려졌다. 그 해 발굴조사가 이뤄졌고 이듬해 사적 제 300호로 지정됐다가 2011년 인근 조영동 고분군과 합쳐 사적 제 516호로 재지정됐다. 이번에 도굴된 1호분은 당시 발굴하지 않은 고분이다.

지역 문화재 관계자들은 “국가사적을 폐쇄회로TV(CCTV)는커녕 울타리 하나 없이 방치하다가 도굴됐고, 도굴흔적을 보고도 도굴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정부의 문화재관리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때 국가사적 관리권을 넘겨받은 경산시는 임당동 고분군에 대해 올 들어서야 울타리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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