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도 한글날이 있을까? 북한에도 우리글을 기념하는 날이 있긴 하다. 그런데 날짜도 이름도 우리와 달라서 북한 사람들에게 한글날이 있는지 물어보면 아마도 없다고 대답할 것이다.
북한에서는 ‘한글’ 대신 ‘조선글’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조선글날’이 있는 것은 아니고 1월 15일을 ‘훈민정음 창제일’로 정해서 기념하고 있다. 남북한이 같은 문자를 사용하는데 이처럼 기념일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이 훈민정음 ‘창제’를 기리는 데 반해, 우리는 ‘반포’를 기념하기 때문이다. 훈민정음은 세종 25년(1443년) 음력 12월에 창제되어 세종 28년(1446년) 음력 9월 상순에 반포되었다.
한글날은 1926년에 음력 9월 29일을 ‘가갸날’이라는 이름으로 기념한 것이 시초이다. 1928년부터는 이름을 한글날로 바꾸고, 광복 후에는 불편한 음력 대신 양력 10월 9일로 날짜를 정하였다. 10월 9일로 정한 데에는 1940년 안동에서 발견된 ‘훈민정음’ 원본에 있는 ‘정통(正統) 11년 9월 상한’이라는 기록이 근거가 되었다. 9월 상한의 마지막 날인 9월 10일을 1446년을 기준으로 양력으로 환산한 날짜가 10월 9일이다.
북한은 ‘조선왕조실록’ 1443년 12월 30일자에 “이달에 임금이 친히 언문 28자를 지으셨다”라는 기록으로부터 창제일을 추정했다. 정확히 12월 어느 날에 새 문자가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어 그 달의 중간인 15일로 정하고, 그 날짜를 양력으로 환산하여 1월 15일을 기념일로 삼았다.
우리는 한글날을 공휴일로 정해 놓고 해마다 다양한 기념행사를 벌여 우리 말과 글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기회로 삼는다. 이와 달리 북한은 훈민정음 창제일을 비교적 조용히 지내기에 북한 사람들 중에는 1월 15일이 무슨 날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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