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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방교부세 개혁의 과제

입력
2015.10.0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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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은 쓸 곳에 비해 늘 부족하기 마련이기에 흔히 “길이가 짧은 이불”에 비유되곤 한다. 몸에 비해 짧은 이불을 덮고 자다 보니 어깨를 덮으면 발이 이불 밖으로 삐죽 나와 시리고, 발을 덮으면 어깨가 시려 난감하다. 짧은 이불로 온 몸을 덮고 잘 수 없다는 얘기다. 한정된 예산을 갖고 필요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결국 우선순위에 따른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최근 지방재정 환경은 ‘길이가 짧은 이불’과도 같다. 세계적인 저성장 추세는 단시간 내에 고도성장 국면으로 전환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국가와 지방살림 재원도 큰 폭으로 증가하리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처럼 빠듯한 재정상황 가운데서도 저출산ㆍ고령화로 사회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예산을 써야 할 곳은 급증하고 있다. 매년 몸집은 커지는 데 짧은 이불은 좀처럼 길어지지 않는 것이다. 주민 행복을 위한 행정서비스가 온기를 잃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정부가 최근 마련한 지방재정 개혁 방안은 이러한 절박한 상황 인식에 터를 잡고 있다. 개혁의 핵심은 34조원 규모의 지방교부세 배분 기준을 시대 환경 변화에 맞춰 대폭 개선하는 것이다. ‘지방교부세’란 지방자치단체 살림에 필요한 재원의 부족분을 보충하여 모든 국민이 기본적인 행정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재원이다.

개혁의 주안점은 최근 급증하는 복지 수요를 반영하여 노인, 아동, 장애인 등 사회복지 수요가 많은 자치단체에 대한 지방교부세 지원을 더 강화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방교부세가 지방재정 건전화를 촉진할 수 있도록 유인 체계도 보강하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재정을 튼튼하게 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도록 방향을 정했다. 예산을 아껴 쓰고 세입 확충 노력을 기울이는 자치단체에는 더욱 많은 재정적 지원을 하고, 불요불급한 곳에 예산을 낭비하는 지방자치단체에는 불이익을 더 주는 방향으로 개혁을 진행 중이다. 세입확충이나 세출절감 노력을 국민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완전히 공개해서 자치단체가 알뜰하게 살림을 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 동안 지방자치단체의 대표적인 재정 낭비요인으로 지적돼 온 각종 행사, 축제의 원가를 공개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고 있는 도서관, 운동장 등 공공시설 운영 현황을 공개하는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정보 공개를 하는 것도 개혁의 일환이다. 주민들이 직접 예산감시를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 지역 주민의 자율통제를 강화한다는 취지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이 대규모로 투입되는 지방공기업 역시 그 부실이 결국 자치단체의 재정 악화로 귀결되므로 건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구조 개혁과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지방 공기업 간 중복 기능을 조정하고 과도한 부채를 줄여 나가며, 지방 공기업 설립부터 해산까지 모든 단계에 걸쳐 심도 있는 점검을 통해 효율적인 운영 절차와 제도를 마련해 지방 공기업으로 인한 비효율을 없애려고 한다.

이제 내가 주인이라는 의식으로 지방재정을 둘러싼 외부 환경과 사회구조 변화에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아가야 할 때다. ‘길이가 짧은 이불’만 탓하기보다 ‘짧은 이불을 어떻게 잘 활용하여 가장 필요한 곳을 덮을 것인지’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모두의 결단과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환경 변화를 반영하여 국민들이 바라는 서비스에 재정이 더 많이 투입되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또한 예산이 더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철저하게 살펴봐야 한다. 이렇게 될 때 우리 주민들은 짧은 이불로도 포근한 잠자리에 들 수 있을 것이다.

정재근 행정자치부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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