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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가 지는 이유, 전관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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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가 지는 이유, 전관의 변신

입력
2015.10.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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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공정위 사건 전담 재판부

10년간 75%가 퇴직후 10대 로펌행

과징금 환급소송 패소율 높아

"기업 편에 선 전관, 사법불신 조장"

공정거래위원회 사건을 전담하던 서울고법 판사들이 퇴직 뒤 대형 로펌으로 대거 자리를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부당행위가 공정거래법 위반인지를 판단하던 고위 ‘전관(前官)’들이 기업의 ‘방패’역을 자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들이 속한 로펌들은 공정위 상대 소송에서 높은 승소율을 보이며, 지난 5년 간 기업들에 부과된 과징금 7,000억원대의 취소 결정을 주도하고 있다.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법원행정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공정위 전담재판부 출신 서울고법 퇴직법관으로 변호사 개업을 한 16명 중 12명(75%)이 10대 로펌에 영입됐다. 이 의원은 이날 서울고법 국정감사에서 “서울고법이 운용하는 공정위 전담 재판부 출신(전관)은 (대형 로펌의) 스카우트 대상 1순위이며, 굉장한 대우를 받는다”며 “법 위에 군림하는 집단 ‘재벌’에 모든 기관들이 굴복하는데 법원도 여기에 일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심상철 서울고법원장은 “공정거래 분야는 비교적 전문성이 필요한 부분으로 오랜 경험이 쌓여 전문지식이 많으면 로펌에서 데려 가려 할 것이고, 그러면 (로펌의) 승소율이 올라가는 것”이라며 “이는 전관의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그 오랜 경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이냐”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기업들이 ‘경제 검찰’ 공정위의 시정명령 처분에 불복해 제기하는 공정위 상대 소송은 2심제로 운영된다. 이를 위해 서울고법은 공정위 소송을 전담하는 3개 재판부(행정 2부, 6부, 7부)를 따로 두고 있다. 하지만 서울고법에서 공정위의 패소 사례가 심심치 않게 나오며, 과징금 환급 논란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17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의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지난달 17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의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공정위의 ‘최근 5년간 행정처분 관련 소송 현황’ 자료를 보면, 공정위의 10대 로펌 상대 패소율은 18.7%에 달하는 반면, 10대 로펌이 담당하지 않은 사건의 패소율은 4.8%에 그치고 있다. 결국 10대 로펌에 포진한 ‘전관들의 실력’이 재판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10대 로펌은 최근 5년간 공정위 상대 기업소송의 74%를 맡아, 사실상 전관들을 앞세워 사건을 싹쓸이 하고 있다.

이 의원은 “공정위는 검찰과 달리 법원이 요구하는 확실한 증거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공정위 소송 담당 판사가 나중에 기업 측 대리로 나서 (기업들이)법망을 빠져나가게 하는 것은 문제”라며 “퇴직 후 판사들의 행보가 사법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운룡 새누리당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받은 ‘과징급 환급 현황’을 보면 2010~2015년 7월까지 행정소송 패소 등으로 인한 실질 환급액은 7,254억원에 이른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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