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국적 최초 노벨의학상 투유유 교수, 중국 환호
중국 국적자로는 처음으로 노벨의학상 수상자(공동 수상)로 선정된 투유유(85) 중국전통의학연구원 교수는 오랫동안 동서양 약품을 결합하는 방안을 해 온 학자다. 투 교수는 신형 항말라리아제인 아르테미시닌을 개발해 말라리아 환자의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데 기여했다. 그는 2011년 9월에 ‘노벨상의 전 단계’격인 미국의‘래스커상’을 받는 등, 중국 내에서는 일찌감치 노벨상 의학상 수상 가능성이 높은 후보로 기대를 모았다.
투 교수는 베이징대 의대를 다니던 시절 식물 등 천연약물에 대한 연구 개발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 분야와 인연을 맺었다. 1955년 중국전통의학연구원에 들어간 뒤로는 수십 년 동안 한 우물을 팠다. 중국 언론들은 “투유유가 근무를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연구원은 통풍구조차 없는 열악한 시설이었다”며 “수시로 발생하는 연소된 화학물질에 상처를 입었고 한 번은 중독성 간염을 앓기도 했다”고 전했다. 투유유 연구팀은 1971년 항말라리아 효과가 있는 100%의‘칭하오(개똥쑥) 추출물’을 발견해내기까지 190차례의 실패를 경험했다고 중국 언론은 전했다.
그는 세계적 과학자로서는 이례적으로‘삼무(三無) 과학자’로 불리기도 했다. 수차례 원사(院士· 과학·이공 계통의 최고 권위자에게 주는 명예호칭) 선정에서 낙선했고, 박사학위가 없으며 외국 유학경험도 없기 때문이다.
투 교수의 노벨상 수상 소식에 거의 모든 중국 언론매체가 투 교수의 생애와 성과 등을 대대적으로 소개하며 영웅 만들기에 나섰다. 중국 정부도 국력의 선진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함으로서 중국의 굴기와 자신감을 외부로 표출할 기회를 맞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국경절 연휴를 맞고 있는 중국인들도 합심해 환호하고 있다. 과학 분야에서는 1957년 중국계 미국인인 양천닝 교수가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화교 출신들이 8차례나 노벨상을 수상했으나 중국 국적자는 인정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수상으로 껄끄러운 관계였던 중국 정부와 노벨위원회의 관계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2000년에는 중국계 작가 가오싱젠이 노벨 문학상을 받았지만 그는 프랑스로 망명한 반체제 성향 작가였다. 2010년 반체제 민주화운동가인 류샤오보가 노벨 평화상을 수상해 중국정부와 노벨위원회의 관계는 최악으로 악화되기도 했다. 베이징= 박일근 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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