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집권 사회민주당(사민당)이 민심을 얻기 힘든 긴축정책을 통해 경제회복에 성공하면서 4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승리했다. AP 등에 따르면 이날 개표가 완료된 포르투갈 총선거에서 페드루 파수스 코엘류 총리가 이끄는 집권 사민당 연립 여당이 득표율 37%를 기록하며 32% 득표에 그친 사회당을 뿌리치고 재집권에 성공했다. 유럽에서 구제금융을 받고 긴축정책에 돌입한 정권이 재집권하기는 포르투갈 사민당이 처음이다.
다만 사민당 연립 여당은 전체 230석의 의석 가운데 99석을 얻어 과반(116석) 확보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긴축정책에 반대해온 제1 야당 사회당(85석 확보)이 여당의 긴축정책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등 정치적인 여진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중도좌파인 사회당이 여당의 과반수 의석 확보를 막은 만큼 포르투갈에 투자하려는 글로벌기업들이 주춤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코엘류 총리는 이를 의식한 듯 “정부 채무를 줄이기 위해 야당들과 협력할 것”이라며 “유로존의 기대에 부응하는 긴축정책에 충실할 것이다”고 밝혔다. 사회당을 이끄는 안토니오 코스타 리스본 시장은 “정부여당은 상황이 예전과 같지 않음을 반드시 인지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외신들은 코엘류 총리의 재집권이 비록 과반수 의석 확보 실패로 빛을 바랐지만 긴축정책에 대한 포르투갈 국민의 신임을 확인한 만큼 이후 경제회복에도 큰 힘을 받게 되었다고 분석했다. 영 일간 가디언은 “2011년 구제금융 이후 코엘류 총리가 줄곧 펼쳐온 여러 정책이 서서히 결실을 내고 있음을 포르투갈 유권자들이 인정한 셈이다”라며 “포르투갈처럼 구제금융을 겪은 유럽의 국민들이 이제 긴축정책에 무작정 반발하기보다 쇄신을 통한 경제 회복을 기대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선거결과를 평가했다.
코엘류 정부 집권 후 포르투갈 경제는 눈에 띄게 회복했다. 여전히 금융위기 전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올해 실업률은 2013년(17.5%)보다 크게 떨어진 12%를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해엔 3년간 경기후퇴를 마감하고 0.9% 성장률을 달성했다. 다만 재집권 이후 포르투갈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리라 전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영 BBC는 “포르투갈의 빈곤율은 20%대에 머물러 있고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지난해 기준 128.7%에 달하는 등 갈 길이 아직 멀다”라며 “2011년 이후 지난해까지 48만5,000여명이 일자리를 찾아 다른 나라로 떠나는 등 인력 유출도 심각한 상황이다”고 보도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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