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진 부축 받으며 검찰 출두
"왜 여기 와야 하는지 모르겠다"
노건평 전철 밟을 확률 높아져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80) 전 새누리당 의원이 포스코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5일 검찰에 소환됐다. 2012년 7월 저축은행 금품 수수 혐의로 대검 중수부에 출석한 지 3년 3개월 만이다. 그는 당시 이 사건으로 징역 1년2월의 실형을 살고 2013년 9월 만기 출소했다. MB정부 말기 현직 대통령 형으로서 사상 처음 구속 기소되는 굴욕을 당한 그로선 또 다시 비리 사건에 휘말려 검찰과의 악연을 이어가게 됐다.
검찰은 특히 이 전 의원이 정준양(67) 전 포스코 회장의 선임에 깊숙이 관여한 정황을 잡고 관련 수사를 전방위로 진행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2008년 이후 이 전 의원은 고 박태준 명예회장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자신이 포스코를 사유화했고, 그로 인해 포스코의 재무구조는 극도로 악화됐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이날 이 전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오전 10시22분 검은 양복에 노타이 차림으로 검찰청사 앞에 도착한 그는 보좌진의 부축을 받으며 포토라인에 섰으며, 많이 야윈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는 “왜 내가 여기 와야 하는지 이유를 명확히 모르겠다. (기자들이) 하나하나 묻는 데 대한 대답을 하기가 힘들 것 같다”며 제기된 의혹은 완강히 부인했다. ‘최측근이 운영하는 협력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에 관여했나’, ‘협력사 비자금이 정치자금으로 흘러갔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도 “절대로 없다”고 답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을 상대로 자신의 측근들을 티엠테크 등 포스코 협력업체에 심은 뒤, 일감을 집중 수주토록 해 ‘사업 이익금’을 챙겼다는 의혹을 집중 조사했다. 검찰은 2009년 정 전 회장이 ‘군 고도제한에 걸린 포항 신제강공장 건설 중단 사태를 해결해 달라’고 이 전 의원에게 부탁했고, 이 전 의원이 ‘일감 몰아주기’를 요구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하는 등 그의 혐의를 상당 부분 입증한 상태다. 검찰은 이런 수법으로 이 전 의원 측이 챙긴 이득이 30억원 안팎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포스코의 청탁 당시 이 전 의원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이란 점에서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판단, 그에게 뇌물수수 또는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키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이 전 의원은 “포항 공장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은 했지만, 이는 지역구 현안 해결을 위한 것이며, 어떠한 대가도 포스코에서 받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밤 늦게까지 이 전 의원에게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전 의원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73)씨의 전철을 밟을 확률이 높아졌다. 건평씨는 노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04년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한테 인사청탁과 함께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집행유예 형을 받은 데 이어, 퇴임 첫해인 2008년 말에는 세종증권 게이트로 구속기소돼 징역 2년 6월의 실형을 살았다. 최근 ‘성완종 게이트’ 수사에서도 성완종(64ㆍ사망) 전 경남기업 회장의 특별사면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 조사를 받았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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