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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꿈 투사

입력
2015.10.0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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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자주 꾸는 편이다. 나름 스케일(?)도 크다. 전직 대통령들이 줄지어 호출되는가 하면 스타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도 곧잘 등장한다. 한번은 밤새 신음하며 호랑이를 낳은 적도 있다. 그때마다 신변에 무슨 대단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주위에 얘기하면 결론은 대개 로또 사보라는 충고. 그저 웃어버릴 뿐, 별일이 생기지는 않았다. 개꿈이든 용꿈이든 깨고 나서 몸이 개운하거나 기분이 나쁘지 않으면 크게 개의치는 않는 편이다. 그래도 뭔가 심상찮은 꿈이 자꾸 이어지기에 별점과 타로에 일가견 있는 후배에게 상담을 받았다. 그 친구는 해몽이라 하지 않고 ‘꿈 투사’란 말을 썼다. 이를테면 꿈꾼 이의 현재 상황 및 꿈의 내용을 듣고 자신이 그 입장이 되어 풀이해보는 것. 호기심 삼아 듣는 얘기들이지만, 그래도 뭔가 정리되는 것 같았다. 생각 못했던 상황들을 짚거나 상황을 부풀리는 건 없었다. 무슨 간략한 심리지도 같은 걸 펼쳐 보여 주면서 스스로는 다스리기 힘든 마음속을 일목요연하게 청소해주는 기분이었다. 문득, 꿈이라는 게 본인은 의식 못하는 상태에서 남이 들여다본 자신의 모습이 어둠 속에 상영되는 것 아닌가 싶었다. 잠들어서야 비로소 눈뜨는 보이지 않는 외부의 시선. 그리고 그것에 의해 밝아지는 마음속의 깊은 거울들. 뭔가 쓰고 싶었다. 자신에 대해서가 아닌, 내가 바라다본 ‘그들’의 깊은 마음속에 대해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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