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프 없이 인공암벽 등반 '볼더링'
코치가 각자 능력 맞춰 루트 세팅
기초에서 고난도까지 무궁무진
홀더 모양ㆍ색깔 따라 퀴즈 풀 듯 목표까지 오르면 짜릿한 성취감
“자, 테이프가 없는 곳으로 가면 반칙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강사의 지시에 따라 정혜진(12)양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다음 홀더에 손을 뻗는다. 정양의 머리 속은 갖가지 셈법으로 복잡하다. 홀더 모양과 크기, 테이프가 붙어 있는 방향까지 신중히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양손, 양발을 제 위치에 두려면 수학 문제 하나 풀 때보다 더한 집중력이 필요하다. 토요일 이른 아침이지만 스포츠 클라이밍 2시간이면 아침잠도 싹 달아나버린다.
인천 남동구 구월클라이밍센터는 인근 초등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문화체육관광부ㆍ교육부ㆍ국민생활체육회가 운영하는 ‘신나는 주말생활체육학교’스포츠 클라이밍 수업을 올해초부터 운영하고 있다. 한창 성장 중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볼더링(로프 없이 암벽을 오르는 클라이밍 방식)은 전체적인 근육 발달뿐만 아니라, 도전정신과 자신감을 길러줄 수 있는 일석이조 스포츠다.
구월클라이밍센터의 ‘우등생’인 정양은 우연히 실외 인공암벽을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됐고, 지금은 볼더링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정양이 우등생인 이유는 다른 학생들보다 볼더링을 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세운 목표를 달성하는데 더 큰 열의를 보이기 때문이다. 지형돈 구월클라이밍 센터장은 “스포츠 클라이밍 교육은 스스로 ‘상대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능력치가 모두 다른 학생들이 각자 도달할 수 있는 높이까지 오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강사들의 몫이다. 지 센터장은 “학생들이 강사와의 교감을 통해 자신의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를 달성했을 때 성취감을 맛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성취감, 도전 정신뿐만 아니라 ‘루트 세팅’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판단력과 집중력을 함께 기를 수 있다. 강사들은 벽에 달려 있는 홀더, 테이프의 조합으로 루트를 만들어주고, 학생들은 루트를 따라 오르면서 볼더링의 기초 자세를 익힐 수 있다. 홀더의 색깔, 모양, 크기, 위치에 변형을 주면 만들어낼 수 있는 루트는 무궁무진하다. 강사들은 루트 세팅으로 학생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문제를 내고, 학생들은 퀴즈를 풀 듯 벽을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재미를 느낀다.
최근 ‘암벽여제’ 김자인(27)이 세계 무대에서 맹활약하면서 스포츠 클라이밍에 대한 국내 관심도가 크게 높아졌다. 아직 어린이들에게는 생소한 종목이지만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것이 스포츠 클라이밍이기도 하다. 지 센터장은 “유럽 같은 스포츠클라이밍 선진국의 경우 3~4세도 즐길 수 있는 시설들이 널리 보급돼 있다. 6~7세 정도면 입문할 수 있는 나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초등 고학년 학생들은 저학년보다 덜 산만하고 집중력이 높기 때문에 교육이 수월하고, 한창 성장 중인 신체를 고르게 발달시켜 준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3일 자녀와 함께 스포츠 클라이밍 수업에 참가한 학부모 고유미(43)씨는 “어릴 때 태권도나 축구 정도 하는 게 보통인데 클라이밍은 굉장히 생소한 종목”이라면서 “아이가 키가 작은 편이라 잘 못할 줄 알았는데 집중력은 물론 담력을 키우는데 안성맞춤일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공동기획:국민생활체육회-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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