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 코미디언과 연기…트럼프 어투 흉내내기도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미국의 유명 코미디 프로그램인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 깜짝 출연해 화제가 되고 있다.
클린턴 후보는 3일(현지시간) 밤 방영된 이 프로그램의 한 코너에 '발'(Val)이라는 이름의 바텐더로 출연했다.
클린턴 후보는 이 코너 속 '손님 힐러리'로 분한 코미디언 케이트 메키넌과 정치적 함의가 녹아든 '조크'를 주고받으면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겨줬다.
클린턴 후보는 첫 부분에서 매키넌에게 술을 따라준 뒤 "오늘 무슨 일 때문에 왔느냐"고 묻자 매키넌은 "지난 22년간 너무 힘들어 머리 좀 식히러 왔다"고 클린턴 후보의 오래된 정치이력을 빗댔다.
이어 매키넌은 자신의 직업에 대해 "첫째 나는 할머니이고 둘째 이 녹색지구를 신뢰하는 한 인간"이라며 이른바 '클린턴 어법'을 그대로 써먹었다. 그러자 클린턴 후보는 즉각 "당신은 정치인이군"이라고 반응해 폭소를 자아냈다.
이어 클린턴 후보는 자신을 "키스톤 파이프라인이 환경을 파괴할 것이라고 믿는 평범한 시민"이라고 소개했다. 캐나다와 멕시코만을 잇는 키스톤 송유관 건설사업을 백지화하겠다는 공약을 간접적으로 '홍보'한 셈이다.
가장 눈에 띈 장면은 클린턴 후보가 공화당의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흉내낸 것. 클린턴 후보는 트럼프 후보의 굵고 거친 어투를 모방하면서 "그 사람은 '너희 모두는 실패자들'이라고 말하는 사람 아니냐. 그가 공화당 프라이머리 경선을 통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꼬집었다.
동성애자이자 열렬한 클린턴 지지자인 매키넌은 클린턴 후보가 뒤늦게 동성결혼 지지결정을 내린 것을 빗대는 대사를 내놓기도 했다. 매키넌은 "내가 더 일찍 지지했어야 한다"고 후회하는 듯 말했고, 이에 클린턴 후보는 "일리 있는 지적이다. 그러나 당신은 꽤 일찍 지지했다"고 옹호했다.
클린턴 후보의 이번 SNL 출연은 철저히 짜여진 각본에 따른 것이지만 나름대로의 유머감각을 선보이며 유권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보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선거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어색하고 더듬거리기는 했지만, 그동안 공개석상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는 유머감각을 보여줬다"며 "특히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내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당신들 편'이라는 메시지를 줬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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