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공습으로 복잡한 양상이 전개되고 있는 시리아 사태의 해법을 놓고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같은 당 소속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 군사위원장이 설전을 주고 받았다.
트럼프 후보는 4일 미국 abc방송의 '디스위크'에 출연해 시리아 사태의 해법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을 받자 "일단 뒤로 물러서서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이것이 러시아 정부를 곤경에 빠뜨리는 덫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후보는 "1980년대 소련이 아프가니스탄 무자헤딘 반군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켰던 것이 공산권 붕괴로 이어졌다"며 "지금 시리아에 들어가는 것은 너무나 많은 덫이 있고, 너무나 많은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비롯한 일부 대선주자들이 시리아에 대한 비행금지구역 선포를 주장한데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후보는 시리아 난민 해법을 놓고는 "난민 중에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 소속 전사들이 포함될 수 있고 '트로이의 목마'로 변할 수 있다"며 "미국에 들어오는 난민들을 돌려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NBC방송의 '밋 더 프레스'에 나와서는 "만일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이 강해진다면 중동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며 "카다피와 후세인이 리비아와 이라크에 남아 있었다면 상황이 훨씬 나아졌을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외 안보정책에 관한 한 공화당의 '매파'로 분류되는 매케인 위원장은 이날 CNN에 나와 "트럼프 후보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는 있지만 시리아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매케인 위원장은 "나는 시리아의 현실을 알고 있다"며 "수년간 시리아를 방문해 무엇이 필요한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예측해왔다"고 강조하고 "미국이 다양한 방법으로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매케인 위원장은 이어 트럼프 후보를 향해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시리아인들이 학살 당하고 폭탄세례를 받기 원하느냐"며 "진정으로 시리아 난민들의 탈출이 계속되기를 원하느냐"고 몰아붙였다.
두 사람은 지난 7월 트럼프 후보가 베트남전 참전용사 출신인 매케인 후보를 향해 "전쟁영웅이 아니다"라고 비난한 이후 불편한 관계를 보이고 있다. 매케인 위원장은 "우리는 쟁점 현안을 놓고는 '면도날'처럼 치열하게 싸울 수 있지만 서로의 인격과 품위를 공격하는 것은 서로와 우리 스스로에게 매우 해롭다"고 지적했다.
특히 과거 공화당 소속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이른바 '11번째 계명'이라면서 '너의 동지 공화당원을 욕하지 말라'고 말했던 것을 상기시키며 "서로를 비방하고 비하할 경우 공화당이 내년 대선에서 이길 가능성을 위태롭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레이건 전 대통령이 선거캠페인을 하던 방식을 생각해봐야 한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경선이 끝나고 나서 공화당에 대한 국민적 신뢰와 지지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8년 미국 공화당의 대선후보였던 매케인 위원장은 이날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는 현 공화당 대선주자들을 향해 "서로를 인신공격하지 말라"고 작심 비판하기도 했다.
현재 공화당 경선판은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필두로 상대 후보에 대한 인신공격과 비방이 잇따르면서 '네거티브 공세'가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론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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