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시작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는 어떻게든 소비를 살리겠다는 정부 의지의 반영이다. 손을 놓고 있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는 것이 낫다. 그러나 의욕만 돋보였을 뿐, 내용은 크게 실망스럽다는 것이 대체적인 반응이다. 무엇보다 준비 기간이 짧아 졸속이 된 데다, 매출이 큰 대형 가전업체나 명품업체 등의 참여를 끌어내지 못해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14일까지 지켜볼 일이지만 이름값 하는 행사가 되기는 어려울 듯싶다.
정부는 사상 최대의 세일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일반세일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코리아 그랜드 세일, 한가위스페셜 등 각종 세일행사가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다 보니 블랙프라이데이라는 차별성도 드러나지 않았다. 50~70%라던 세일은 기껏해야 30%에 그쳤다. 대형 가전제품 업체는 행사가 있다는 것조차 직전에 알았다고 고백했다.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등 2만6,000여 개의 점포가 참여했지만, 이 중 98%가 편의점이었다. 이들 편의점들은 늘 해오던 ‘1+1’ 행사로 때웠고, 재래시장은 홍보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별 효과가 없었다. 대형 백화점의 매출이 평소보다 20% 이상 상승했다고는 하나 이 역시 통상적인 세일기간 수준이다.
중국의 최대 명절인 국경절 연휴(10.1~7)에 방한하는 중국인 관광객을 노골적으로 겨냥해 허겁지겁 시점을 잡은 탓이다. 그들이 좋아하는 화장품 등이 주대상이어서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별 감동이 없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의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11월 넷째 주 금요일로, 이때부터 연말까지 이월상품의 연말 털어내기를 하는 행사다. 가전제품 등은 적게는 반값에서 최대 80~90%씩 할인을 하고 이 시기에만 연간 20%의 소비가 이루어진다. 연말결산 직전 제조업체의 재고정리 행사가 동반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도 직접적인 이익이 돌아간다.
어차피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정부가 흉내 내려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영국의 박싱데이 등은 수십 년간 지속한 유서 깊은 행사다. 이름만 빌려온다고 효과가 같을 수 없다. 남은 기간 동안이라도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업체를 독려하는 일이 남았다. 어쨌든 거창한 이름을 붙여 연례행사 형식으로 시작한 이상 내년부터는 이에 걸맞게 만들 필요가 있다. 명실이 상부하지 못하면 정부 시책에 대한 불신만 커질 뿐이다. 적어도 3개월 이상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고, 가능한 업체 자율에 맡겨 행사가 민간 주도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관광객 유치에 힘을 쏟는다거나, 소비진작 효과를 높이기 위해 세일품목 등에 세제혜택 등을 주는 방안 정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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