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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무대’를 바라보는 몇 가지 시선

입력
2015.10.04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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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지난 28일 부산에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대표와 회동을 갖은 김 대표, 30일 최고중진연석회의를 마치고 대표실을 나서는 김 대표, 같은날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김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지난 1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농어촌 선거구 사수 농성장을 나서는 김 새누리당 대표, 같은날 국회에서 김무성 대표가 불참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뉴시스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지난 28일 부산에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대표와 회동을 갖은 김 대표, 30일 최고중진연석회의를 마치고 대표실을 나서는 김 대표, 같은날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김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지난 1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농어촌 선거구 사수 농성장을 나서는 김 새누리당 대표, 같은날 국회에서 김무성 대표가 불참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뉴시스

‘무대(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청와대의 정면공세가 시작되자 “안심번호를 더 이상 거론하지 않겠다”고 물러선 것이다. 대표가 된 뒤로 벌써 몇 번째다. 상하이에서 개헌 발언을 했다가 청와대의 저지에 바로 사과했고, 박세일씨를 여의도연구원장에 임명하려다 친박의 반발에 밀렸으며, 유승민 파동 때는 한없이 무기력했다. 정치권에서 그런 무대를 보면서 김수영의 시 ‘풀’을 거론하는 이가 더러 있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그런데 이번은 조금 다르다.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휴전을 제안한 뒤로도 “전략공천은 한 명도 없다”는 소신을 꺾지 않았다. 그는 “어떤 모욕도 참을 수 있지만 공천권을 민주적으로 개혁하는 문제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결기도 보였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반납할지 아니면 대통령과 일부 세력이 행사할지에 대한 초유의 민주주의 수호 투쟁이 시작된 거죠. 그리 가야 하지 않겠어요”라는 내용의 측근 그룹이 보낸 문자메시지까지 의도적으로 취재진 카메라에 노출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대가 박근혜 대통령과 전면전을 불사하고 ‘자기정치’의 길로 나가리라고 기대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안심번호 사태 초반 비박계 중진 의원이 ① 항복 후 대표직 유지 ②끝까지 대항하고 의총에서 최후 결전 ③청와대와 적당히 타협 이후 (공천권)갈라먹기의 3가지 시나리오로 무대의 행보를 제시한 적이 있는데, 대체로 ③번 답변이 많았다. 안심번호냐 전략공천이냐를 가를 ‘공천제도 논의 특별기구’도 친박과 비박의 세력균형 속에서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계파갈등이 분출한다면 아무런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채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는 김 대표의 당초 메시지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만다.

그렇다면 ‘김의 전쟁’이 허무하게 끝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여권 인사는 “내가 잘 아는데 무대 성격이 원래 다혈질이야. 수틀리면 (감당도 하지 못할 일에) 바로 발끈했다가 (누가 한마디라도 하면) 바로 굽히잖아”라면서 무대의 성격을 문제 삼았다. 그의 말 끝에는 “나 같으면 그렇게 안 하지. 칼을 한번 뽑았으면 무라도 베지”라는 아쉬움이 잔뜩 배어 있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달리 휘어지는 스타일 때문에 타협을 선호한다는 우호적 분석도 없지 않다. 일부에서는 “무대가 박 대통령에게 단단히 책이라도 잡힌 게 분명하다”는 수군거림도 들린다. 그렇지 않고서야 번번이 ‘바람보다 먼저 눕겠느냐’는 항변이다.

다른 무엇보다 자기정치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박 대통령이 유승민을 공격하면서 “정치는 국민들의 민의를 대신하고 국민들을 대변하는 것이지 자기의 정치철학과 정치적 논리에 이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일갈한 적이 있지만 자기정치가 없는 정치인을 누가 따르겠는가. 박 대통령이야 말로 자기정치로 야망을 키워온 대표적 케이스다. 현재 권력의 수정론에 맞서 세종시 원안을 지켜냈고, 18대 총선 공천학살을 친박연대로 돌파할 상황을 제공했으며, 19대 총선에서는 MB 정권 말기 척박한 정치적 토양에 ‘박근혜 키드’의 씨를 뿌리며 신뢰와 약속의 자기 정치를 일구었다.

반면 무대는 어떤가. 앞선 몇 번의 회군과 철수야 그렇다 쳐도 이번만큼은 명분이 충분했다. 당헌ㆍ당규에 공직후보추천권은 당 대표의 몫으로 규정돼 있으며 대통령이 공천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 “전략공천으로 나와 같은 정치적 희생자를 더 만들 수 없다”는 호소도 울림이 크다. 그런데도 청와대의 정치개입을 돌파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지 못하겠다. “무대는 자기 정치를 할 몇 번의 기회를 모두 잃었다. 갈등만 생기면 상황에 맞추려고 하는 그를 누가 믿고 따르겠는가”라는 비박계 중진 의원의 분석 내지는 충고를 무대는 귀담아 들어야 할 것 같다.

김정곤 정치부장 jk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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