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성공회는 3일 서울 중구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선교 125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자연ㆍ사람ㆍ하느님과의 화해’를 주제로 한 이번 행사는 성공회 한국 초대 주교로 임명된 존 코프 신부(한국명 고요한)가 1890년 9월 29일 인천항에 도착해 시작한 선교의 1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기념감사성찬례, 합창공연, 고 김희준 신부 흉상 제막식 등으로 구성됐다.
전 성직자가 공동집전한 이날 성찬례에서 김근상(바우로) 의장주교는 “지난 125년은 시대의 아픔, 고난 받는 이웃과 함께 십자가의 길을 따라온 시간”이라며 “복음의 길을 따라 다양한 구제사역, 선교로 이웃을 섬기고, 독립운동, 민주화운동 등 시대 사명에 앞장서 왔다”고 말했다. 이어 “해방은 분단으로 이어지고, 양극화 속 갈등과 대립이 심화하고 있는 이 시대의 한복판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뜻을 생각하며 더욱 기도와 정성을 다해야 한다”며 “평화통일, 사회통합을 위한 교회의 역할을 다하자”고 당부했다.
성찬례에는 미국 성공회 의장주교 캐서린 제퍼츠 쇼리 주교, 미국 성공회 첫 한인주교 신 알렌 주교 등 세계 성공회 해외 축하사절 및 성직자, 교우 등 2,0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모인 봉헌금은 125주년 기념교회로 지정된 제주 서귀포교회 지원과 시리아 난민 돕기 기금, 북한 인도지원사업기금 등으로 쓰일 예정이다.
성찬례에 앞서 주교좌성당 아랫마당에서는 고 김희준(1866~1946) 신부의 흉상 제막식이 진행됐다. 김 신부는 1897년 인천 제물포 성미카엘 성당에서 세례를 받고 1915년 사제 서품 후 음성교회 주임사제로 부임한 한인 최초의 성공회 사제다.
대한성공회는 서울, 대전, 부산 등 3개 교구 산하 120개 교회, 5만 여명 신자 규모의 개신교단으로 탈북자, 노숙인, 노인 등 소수자 및 약자를 위해 전국 150여 개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구제사역에 앞장섰다. 최근에는 서울주교좌성당 앞에 자리했던 국세청 남대문 별관 청사가 서울시 광복 70년 사업 일환으로 철거되면서, 성당 전경이 드러나 주목 받기도 했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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