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버스데이 투유~ 해피 버스데이 투유~”
지난 1일 오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영화 ‘팬’의 기자간담회에서는 돌연 생일 축하 노래가 울려 퍼졌다. 영화에서 피터팬을 연기한 아역배우 리바이 밀러(13)의 전날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할리우드 스타 휴 잭맨(47)이 직접 노래를 부른 것이다. 그의 깜짝 생일 선물에 취재진도 박수를 보냈다. 밀러의 생일 축하뿐만 아니라 잭맨의 노래에 감동한 반응이었다.
잭맨의 사려 깊은 마음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간담회 말미 ‘팬’에 출연한 한국배우 나태주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그러나 시간 관계상 더 이상의 질문을 받지 않겠다는 영화 관계자들에 맞서 잭맨은 나태주에 대해 성심껏 답변했다. “나태주는 컴퓨터그래픽(CG)이나 와이어 없이 액션 장면을 직접 소화했다. 대단한 배우”라며 치켜세웠다. 그를 보고 있자니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영화 ‘킹스맨’의 명대사가 떠올랐다.
스크린 밖에서는 ‘매너남’이지만 잭맨은 8일 개봉하는 ‘팬’을 비롯해 여러 편의 영화에서 악하고 강렬한 캐릭터로 주목 받아왔다. 관객을 매혹시킨 잭맨의 파격 캐릭터를 꼽아봤다.
1. ‘팬’(2015)
고아원 아이들을 납치해서 노동력을 착취하는 나쁜 어른 ‘검은 수염’은 잭맨이 외모에 가장 많은 변화를 준 캐릭터다. 그는 체중을 감량하고 머리를 삭발한 것도 모자라 수염까지 길러 캐릭터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의 변한 외모는 가족들도 못 알아볼 정도였다고 한다. 그의 딸은 아빠의 외모에 놀라 안기지도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좋은 점도 있었다. 그의 팬들까지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 잭맨은 아이들과 함께 아무렇지도 않게 디즈니랜드까지 다녀왔다고 하니 확실히 변신에 성공했다.
영화 속에서 검은 수염은 영원한 젊음을 위해 돌산에 묻힌 ‘픽슘’을 차지하려고 어린 아이들을 이용한다. 그가 환상의 나라 네버랜드에서 펼쳐지는 피터팬과의 한 판 대결은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2. ‘채피’(2015)
잭맨의 첫 번째 악역이다. ‘채피’는 스스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감성 탑재 로봇인 채피와 로봇의 진화를 통제하려는 인간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을 그린 공상과학영화다. 잭맨은 무기 개발자 빈센트로 출연해 채피를 제거하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 악역을 소화했다.
잭맨이 악역으로 나온다고 했을 때 영화 팬들은 의아해 했다. 정의를 위해 싸우는 ‘엑스맨’ 시리즈의 울버린을 떠올렸을 때 잭맨의 새로운 도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는 악역에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감독이나 역할에 끌리는 게 있으면 적극적으로 영화 출연을 위해 노력한다”는 호주 출신 배우 니콜 키드먼(잭맨도 호주 출신이다)의 조언 때문이다.
잭맨은 영화 속에서 시고니 위버와 함께 “생각하는 로봇은 인류의 끝을 가져올 것”이라며 당장 채피를 파괴하려는 계획을 짜는 등 인간의 악한 본성을 드러내는 연기를 보여줬다.
3. ‘엑스맨’(2000)
잭맨을 할리우드 스타로 만들어준 영화다. 갈퀴손톱으로 무장해 엄청난 전투력을 지닌 울버린으로 등장한 그는 할리 베리, 팜케 얀센 등 유명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엑스맨’은 울버린만을 내세운 영화가 아니다. 날씨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의 스톰(할리 베리), 사람의 생각을 조정하는 염력을 지닌 진 그레이(팜케 얀센), 강력한 에너지 빔을 눈에서 뿜어내는 사이클롭스(제임스 마스든)가 더 눈길을 끌만하다. 울버린은 많은 돌연변이들 중 하나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큰 키에 근육질 몸매를 뽐내며 강인한 남성미를 부각했던 잭맨은 영화팬들의 눈길을 받기에 충분했다.
4. ‘반 헬싱’(2004)
지상의 모든 악을 소탕하는 게 직업인 신의 사제 ‘반 헬싱’이라는 독특한 역할을 맡았다. 어깨를 넘긴 긴 머리를 휘날리며 드라큘라를 소탕하는 그의 모습은 해결사가 따로 없다. 영화 속에서 잭맨은 근육질 몸매를 드러내던 울버린과는 달리 발끝까지 내려오는 무거운 가죽코트를 입고 화살총을 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탄탄한 근육질 몸을 기대했던 여성 관객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
5. ‘케이트 앤 레오폴드’(2001)
잭맨하면 건장한 체격으로 악당들을 때려 눕히는 장면들이 떠오를 테지만 데뷔 초에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도 즐겨 찍었다. 그 중 멕 라이언과 호흡을 맞춘 ‘케이트 앤 레오폴드’는 1800년대 과거에서 온 남자 레오폴드와 현재의 뉴요커 케이트와의 사랑을 그린 영화다.
19세기 공작인 레오폴드가 현대 사회에서 시행착오를 겪는 모습은 우스꽝스럽고 코믹하다. 뉴욕의 큰 건물들을 보며 놀라거나 기계를 다룰 줄 모르는 모습을 통해 순박한 매력까지 선보였다. 괴짜나 미치광이로 보일 법한 레오폴드 역할을 천연덕스럽게 해냈다는 평이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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